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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014년에도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변수들이 속속 이어질 전망이다. 불행히도 평화와 안정 쪽이 아니다. 자칫 역내 국가들의 국익이 충돌하다 서로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기능이 무너진다면 남는 것은 군사적 충돌뿐이다. 영토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령 마라도와 한국 관할인 이어도까지 3국 간 분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싫어도 군비경쟁 구도에 말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히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이 상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으로서는 방위태세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북 억지력을 높이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의 현대화에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문화일보는 4차례에 걸쳐 육·해·공군의 현대화 수준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효율적인 예산 배분을 통해 방위태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한반도나 동북아 지역에서 당장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 그래도 만약 전쟁이 발생한다면 적을 압도할 수 있을까. 군은 속성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위 태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무조건 적에게 승리한다고 입으로만 호언장담할 일은 아니다. 객관적인 군의 전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얼마 전부터 마라도 남쪽, 한국이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고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이어도를 중국과 일본이 넘보는 터이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정세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까지 ‘1월 말∼3월 초 북한 도발 경계령’을 말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다. 외교력과 함께 국방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는 위기의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 이어도 주변의 한·중·일 전력은
공군본부가 지난해 11월 제작한 ‘2013 외국군구조편람’에 따르면 이어도 일대 일본과 중국 전력으로는 각각 1개의 비행기지와 함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어도에서 항속거리로 459㎞ 떨어진 쓰이키(築城) 공군기지에 제8항공단 예하 F-15J와 F-2 지원기로 이뤄진 2개 비행대(약 40대)가 배치돼 있으며, 해상전력으로는 이어도에서 항로 운항거리로 약 450㎞ 떨어진 사세보(佐世保)에 제2호위대군 예하 8척의 구축함이 대기하고 있다. 제2호위대군 예하 8척의 구축함 중 1척은 헬기호위함(쿠라마함)이고 2척은 이지스함(아시가라·초카이함)이다.
중국은 이어도에서 항속거리 627㎞ 떨어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와 자싱(嘉興)시에 약 50∼70대의 항공기를 배치했으며, 닝보(寧波)시 동해함대에는 052-C·D급 이지스함 2척을 비롯해 약 25척의 수상함과 7척의 잠수함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이어도에서 항속거리 405㎞ 떨어진 대구기지에 F-15K 60대를 배치했으며, 운항거리 507㎞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예하 제7기동전단에는 이지스함 3척을 포함해 9척의 구축함이 대기 중이다. 한국군이 이어도 주변의 전력과 대응 거리로는 중국과 일본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대북 억제전력으로의 분산과 지원전력 면에서 두 나라에 비해 열세”라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은 “대구기지의 항공전력은 이어도뿐만 아니라 대북 억제전력으로도 활용돼 전력 분산 문제가 있다”며 “이어도 일대에서 공군의 대응 출격 거리로만 보면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빠를 수 있지만, 공중급유기가 없어 작전 지속시간은 더 짧다”고 말했다. 유사시 양쪽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해군의 경우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이어도까지 항해 시간은 23시간 안팎으로, 중국 동해함대(18시간)나 일본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21시간)에 비해 더 길다는 점도 문제다.
◆ 남북한 전력지수와 실제 전투능력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한의 전력지수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인 바 있다. 한국과 북한의 ‘1:1 전면전’을 가정한 논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 육군은 병력 면에서 북한 102만 명의 절반 수준인 50만 명이고, 해·공군은 비슷한 병력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장비 면에서 ‘한국 대 북한’을 비교하면 전차(2400:4200), 야포(5300:8600), 함정(120:420), 전투기(460:820) 등으로 평면적 숫자상으로는 크게 뒤진다. 일반적으로 전력지수는 개별무기들의 능력을 숫자로 계량화해 보유수량을 곱하는 식으로 산출한다. 군 당국은 한국의 전력지수를 북한의 80% 수준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장비의 질이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도 수량에서 압도하면서 전력지수에서 한국을 앞서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력지수뿐 아니라 ▲정보화 능력 ▲전쟁 지속능력 ▲감시장비 ▲후속 군수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정보화 능력과 감시장비 면에서는 한국이 앞서 전장을 우세하게 이끌 수 있고 국가 차원의 경제력도 높아 전쟁 지원 능력도 앞선다”고 강조했다.
김상협·정철순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