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갈 길을 만났습니다. 본문

증산도는./증산도 입도 수기

갈 길을 만났습니다.

세덕 2012. 7. 16. 11:49



갈 길을 만났습니다.

박민철(남,30세) / 서울 노원도장 / 도기138년 3월 30일 입도
 
 
마음의 공허감을 달래기 위해
2005년의 여름 그때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그해 1월 결혼을 전제로 만나왔던 사람과 헤어진 후 심적 공황상태로 말미암아 마음은 목표의식을 잃고 하염없이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음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흐르는 구름처럼 방황 속에서 힘겨워하던 날들.
 
시간이 빨리 좀 흘러가 주길, 가슴에 남은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던 때, 마음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저는 인터넷 블로그(blog)를 시작하였습니다. 딱히 하소연할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을 달랠 길을 찾던 중, 익명성이 보장되는 블로그라는 공간에 마음에 쌓인 상처를 풀어 놓고는 노래로 위안을 삼곤 했는데, 이 또한 위로가 되기에는 약했습니다. 마음을 다잡아 몰두하고 집중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였고 그 결과 사진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면서 다소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는 사진 블로그를 운영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신정하 성도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던 저는 인도자인 그분과 불과 몇 차례 통화 끝에 쉽게 도장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3년간의 방황
신정하 성도의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발음이 남자가 듣기에도 매력적이던 터라 그 부분에 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그 분께서 보여주신 성의에 감동하여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 만날 날, 신정하 성도님은 대전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상경하시어 제게 이 진리의 끈을 쥐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그릇이 너무 작았던지 그렇게 잘해 주셨던 당시 서울 서초도장 최만석 포정님과 김보성 포감님의 성의에 보답하지 못한 채 노원도장으로 적을 옮긴 후 3년간을 세속에서 방황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길 잃은 어린양처럼 의혹 속에서 고개만 갸웃거리며 시간을 허비하다 마침내 지난 2월에 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3년 전 증산도라는 명칭을 처음 접했을 때의 생소함과, 막상 도장이라는 곳에 방문했을 때의 낯섦, 그리고 알 수 없는 평온함 등, 이런저런 느낌들로 복잡했던 그 당시 저의 심리상태가 떠오릅니다. 과거 3개월 동안 도장을 방문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종교단체라는 선입견에서 오는 불안감과 의혹, 그로 인한 3년간의 공백기…. 그간 마음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죄책감으로 조바심을 쳤습니다. 게다가 고향에 대한 향수같은 마음은 뭔지…. 그리고『도전』에 대한 이상하리만큼 각별한 애정도 가슴속에 있었습니다. 늘 마음이 쓰였던 것은『도전』2편 119장의 내용이었습니다.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무한한 공부를 들이나니 그러므로 모든 선령신(先靈神)들이 쓸 자손 하나씩 타내려고 60년 동안 공을 들여도 못 타내는 자도 많으니라. 이렇듯 어렵게 받아 난 몸으로 꿈결같이 쉬운 일생을 어찌 헛되이 보낼 수 있으랴. 너희는 선령신의 음덕을 중히 여기라. 선령신이 정성 들여 쓸 자손 하나 잘 타내면 좋아서 춤을 추느니라. 너희들이 나를 잘 믿으면 너희 선령을 찾아 주리라. (道典2:119:1∼6)
 
올 무자년 초,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저는 드디어 도장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3년 동안은 진리를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준비기간이자 해원기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상님께 부끄럽지 않는 자손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기에 제사문화를 부정하고 조상을 부정했던 잘못된 신관(神觀)의 문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조상님에 대한 생각과 신관을 새로이 정립하고 이제는 자손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현재는 조상님께 감사드리며 인도자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 전 도장에서 천도식이 있었습니다. 도문의 문화에 익숙지 않은 저로서는 그런 모습이 낯설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편안함에 이내 적응이 되었고 치성이 진행되는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엄숙하지만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봉행되는 의식이 신선한 감동으로 제 마음속 깊이 각인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감동에 목이 메고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연신 눈물을 훔치는데, 의례적이며 통상적인 의식 차원으로만 생각했던 천도식에 대한 제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깊이 깨닫는 순간, 그동안 불뚝불뚝 고개를 들던 의혹이 벗겨지고 안개 같은 장막이 걷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거 진짜구나’싶은 마음이 문득 들면서, 기뻐서 바보처럼 실실대던 제 표정이란…. 그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와 기쁨으로, 진심어린 축복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사탕을 들고 행복해하는 네 살짜리 어린아이가 된 듯한 이 기분, 이 마음을 체험해보지 않은 분은 아마 모르실 것입니다.
 
 
갈 길을 알고나니
이제는 압니다. 제가 할 일이 뭔지, 갈 길이 어디인지를 알겠습니다.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겨야 산다는 강박관념과, 그로 인해 가슴 한편에 죄책감과 공허함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던 제가 상제님의 상생의 도를 받들어 이제 마음을 비우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되는 제 모습이 스스로 놀랍고, 육체적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매일 도장에 나와 기도하는 제 모습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실 어리둥절합니다만 마음속에서 목적의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간혹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기쁨으로 말미암아 너무 행복한 제 자신을 말입니다.
 
우선 인도자께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두 달간 저 때문에 고생하신 노원도장 포감님들, 그리고 증산도 도장에 간다는 말에 화를 내기는커녕 진심으로 걱정해 주신 어머님, 그리고 노심초사 지켜봐 주시는 조상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한명의 일꾼으로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의혹에 흔들리지 않고 믿음의 반석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일심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구 말씀 한구절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용이 물을 구할 때는 가시덤불도 회피하지 않느니라”『( 도전』3:19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