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에도막부 日어부에 독도 가지말라 지시
동아일보 2012-08-27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께.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한 총리의 24일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역설적으로 나는 그걸 보면서 독도가 한국 땅임을 입증할 희망을 보았습니다. 학자들이 제시하는 학문적 증거에 의해 남들도 모두 납득하는, 독도에 대한 정의를 밝힐 희망이 보인다고 느꼈습니다.
총리는 독도가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에 ‘편입’됐다고 했지요. 자기 것이 맞으면 무엇 때문에 편입을 합니까. 그런 행위 자체가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것 아닙니까. 원래부터 일본의 땅이었던 지역은 국제법적으로 편입한 적도 없고 국제법의 승인을 받은 적도 없지요.
에도 막부 시대를 거쳐 “늦어도 17세기 중반에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확립해 나갔다”고 주장했던가요? 그러면 17세기 상황이 어땠는지 다시 한 번 정확히 짚어 봅시다.
안용복을 비롯한 조선인과 일본인 어부 간에 분쟁이 계속 발생하자 에도 막부는 당시 그 지역의 일본 어부들을 관장하던 돗토리(鳥取) 번에 독도가 어디 관할인지를 묻습니다. 이에 돗토리 번은 “(우리는) 독도는 물론이고 어느 섬도 가진 게 없다”고 답했고, 이에 막부는 “앞으로 그 섬에 아예 가지 마라”라는 지시를 내렸소.
그뿐입니까. 이후 하마다(濱田) 번의 한 일본인이 울릉도를 발판으로 밀무역을 하다 발각되자 그에게 사형선고를, 그 상관에게는 할복 명령을, 그 번주에게는 무기한 외출 금지라는 벌을 내렸습니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연구원 사무실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독도 관련 기자회견을 반박하고 있다.
총리께서 말씀하신 17세기로 돌아간다면 그때 일본 막부가 한국에 대해 어떤 지혜를 발휘했는지, 한국과 서로 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어떤 영리한 결정을 내렸는지 돌이켜보기를 바랍니다. 일본 역사의 그런 자랑스러운 평화외교를 돌아보면 평화적으로 독도 문제를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습니까.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뒷받침하는 문헌이 애매하고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총리의 지적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대해 본토처럼 명확한 자료가 풍부한 나라는 그 어느 나라에도 없지요.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자료도 본토만큼은 명확하다고 할 수 없지요.
그러나 놀랍게도 두 섬은 신라시대부터 기록돼 왔소. 조선 왕조는 독도나 울릉도가 해적이나 왜구에게 이용당할까봐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 정책을 썼지만 이때에도 수토사(搜討使·출장 감시원)가 정기적으로 섬을 관리해 왔지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중요한 것은 그때 조약에서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표시하지도 않았지만 동시에 일본 땅이라고 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균형을 잡으려 한 것이 샌프란시스코 정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일본이 독도를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1905년은 사실상 한국을 지배하던 시기이고, 아울러 러일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때이지요. 바다 한가운데의 독도라는 작은 섬에 숨어 러시아 해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독도를 강제 편입한 게지요. 그런 사실은 일본의 공문을 통해서도 증명이 돼 있는데, 그걸 어떻게 지금 와서 아니라고 할 수 있겠소.
세계 여러 나라가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섬을 자국 영토로 만든 사례들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반드시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대방이 없는 무주지(無主地)여야 하고 싸움이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상 영토 편입의 기본입니다. 독도의 자국 편입을 추진하던 일본인들이 한국의 영유권 주장을 알고 있었는데도 상대국에 이를 문의하지도 않고 편입했다면 첫 조건부터 안 맞는 셈이지요.
이처럼 일본은 독도를 국제법적으로 편입한 것이 국제법상 모순이라는 점을 알면서 독도가 일본 땅임을 확인하겠다며 국제법을 거론하고 있으니 이는 모순 중의 모순 아닙니까.
노다 총리, 일본이 세계 제6위의 해양대국이라고 하셨지요. 행복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한국 중국 러시아 세 나라와 국경분쟁을 짊어지고 있는 불행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세 나라와 동시에 갖고 있는 문제가 모두 1900년 전후에 비화됐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 공통점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역사적 문제로 보이는데, 총리의 말씀처럼 “역사 문제가 아니고 국제사회의 법과 정의에 관한 문제”라면 왜 용감하게 세 문제 모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간다는 말을 안 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자기 나라 영토를 갖고 재판소에 간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문제지요. 우리 것인데 왜 남의 심판을 기다리느냐는 것이 우리 생각입니다. 쿠릴 열도나 센카쿠 열도 문제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는 우리가 언급할 바가 아니지만, 총리가 국제 정의를 내세우시니 세 문제 모두 국제재판에 부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일 양국은 옆집에 사는 사이입니다. 불이 나면 같이 꺼야 하고 전염병이 돌아도 같이 막아야죠. 그런 사이가 이 조그만 섬 때문에 양쪽에서 모두 이렇게까지 떠들썩한 것은 계산적으로 생각해도 손해가 막심합니다.
나는 한일 양국이 감정적 싸움을 중단하고 양국 학자들 간 연구회 등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싸움이 서로에게 불행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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