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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한다./지구는 위기

전기 스위치 켜듯, 갑자기 재난 닥칠 수 있다

세덕 2012. 10. 4. 12:17

전기 스위치 켜듯, 갑자기 재난 닥칠 수 있다


전기 스위치 켜듯, 갑자기 재난 닥칠 수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정환기자  2008-02-28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길, 바깥 풍경을 보면서 한국 경제모델을 알 수 있었다. 저가 생산으로 시장에 팔아 이익을 남기는, 그래서 오염을 방치한, 환경적 비용이 내재화된 모델 말이다. 앞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모델이다. 모든 사람들이 국경을 초월해 어떤 오염을 야기하는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새로운 경제의 승리자들은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바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해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서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기후 창조자'의 저자, 팀 플래너리(52) 호주 맥쿼리대 석좌교수가 27일 밝힌 한국 방문 소감이다.

 

팀 플래너리 교수는 누구?

 

팀 플래너리 교수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환경 영웅'중 한 사람이다. 그는 유명한 대중과학서 저술가이자 고생물학자이며 탐험가면서 동시에 정치지도자,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기후변화 관련단체 '코펜하겐 기후위원회' 설립을 주도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쓴 '기후 창조자'는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으며, 미국과 영국 등에서 2006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는 작년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 영웅 45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기후 창조자'외에도 '지구 온난화 이야기', '미래의 포식자들', '기나긴 여정의 출발'등의 저서가 있다.

 

 

하버드대학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코펜하겐 기후위원회 의장 외에도 호주 맥쿼리대 석좌교수, 호주 국가과학위원회·지속가능성원탁회의 회장, 내셔널지오그래픽 호주 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특히 팀 플래너리 교수는 이 날 "한국의 환경운동이 이렇게 튼튼한지 몰랐다"면서 기후변화센터 이사직을 수락했다.

 

이 날 팀 플래너리 교수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센터(이사장 고건)의 '기후변화 시민포럼' 초청 강연을 통해 "앞으로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이나 깨끗한 에너지 사용이 강화되고, 국가마다 깨끗한 경제 모델을 갖추도록 요구받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변화에 위기와 기회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지만, 한국 같은 나라에게는 오히려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탄소 경제'가 "충분히 알 수 있는 미래"이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였다. 팀 플래너리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정점을 2015년 안으로 묶고, 그 이후부터 반드시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2050년 즈음에는 화석 연료 의존도가 사라지고, 화력 발전소가 다른 수단으로 대체돼 모두 폐쇄되고, 운송 수단 가용 연료도 모두 바뀌는 탄소 배출이 없는 경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팀 플래너리 교수에게 이같은 주장은 '당위'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과학적 차원의 명확한 답"이었다. 이해를 위해 그의 강연 일부를 '중계'하면 다음과 같다.

 

 

"이대로라면 10년에서 30년 사이 빙산 다 녹아"

 

"화석연료를 태울 때마다 온실 가스가 배출되고 그래서 오염이 발생한다. 석탄이든 석유든 태우면 탄소가 나오고 대기로 들어간다. 지하에서 수 억 년 동안 갇혀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물질을 지구 대기에 풀어놨다는 말이 된다.

 

 

대기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대기는 쉽게 혼합한다. 지금 내 입에서 나간 이산화탄소가 몇 주 안에 아프리카 숲에 있는 나무에 흡수될 수 있다. 또한 대기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대기층을 압축해서 액체화한다면, 그 양은 바다보다 5백배 정도 작다.

 

 

 

 


그래서 바다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독이 더 잘 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대기는 어떤 생물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영향을 받는다. 머리카락이나 깃털 자체가 살아 있지는 않지만, 우리 몸의 일부로 영향을 받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한 나라에서 오염을 저지르면, 국경을 초월해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 빙산들이 녹고 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지구 대사 활동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1970년부터 2005년까지 빙산이 매 10년마다 8%씩 녹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다. 이런 속도로 녹는다면 앞으로 백 년이면 다 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5년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대로라면 10년에서 30년, 또는 20년에서 40년 사이에 다 녹을 것이다.

 

 

빙산의 주요 역할이 지구 온도 유지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의 90%가 빙산에 반사돼 우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런데 빙산이 없으면 태양 에너지는 바로 바다로 꽂힌다. 기후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있는 열대림, 사막, 숲...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린랜드 빙산이 다 녹으면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7미터가 높아진다.

 

 

북극이나 남극만 녹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도 빙하가 있다. 히말라야 빙하가 다 녹아 없어지면 지역 사람들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 흙으로도 열이 간다. 그만큼 수분 증발이 빨리 이뤄진다. 이미 호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문제로, 강이나 하천이 빨리 마르고 있다. 토양에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 스위치 켜듯, 갑자기 기후 재난 닥칠 수 있다"

 

 

 


그러나 팀 플래너리 교수는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악화에 대한 예측도 그만큼 쉽다"면서 "이제부터는 우리가 잘 이해 못하고 있는 부분을 얘기하고자 한다"는 말로 강연의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기후 체계란 것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면서 "화석이 담고 있는 정보를 보면 마치 전기불을 빨리 켜고 끄는 것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기후변화 원인은 완만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상에서 실제 우리가 몸으로 부딪힐 일까지 완만하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기 스위치'를 켜듯 헐리우드 재난영화 '투모로우'가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팀 플래너리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우주에서 지구는 먼지 같은 존재다. 이런 지구가 지난 40억년 동안 공기, 바다 그리고 울창한 숲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생명체를 키웠다. 이는 기적 같은 일이다. 자연적 선택에 따른 진화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40억년 동안 지구가 했던 역할, 그 일부가 이제 인간에게 넘어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가이아'

인류가 기후를 만들고, 기후가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다. '왜 그래야 되느냐'는 이의 제기는 드물다. 다만 '벌써부터 그래야 되느냐'는 질문에 '내일 얘기하자'란 답이 '오늘' 많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오늘날 살아 있는 사람들의 70퍼센트가 2050년에 살아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0퍼센트를 줄여야 한다. 만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사륜 구동차 연료를 대체 연료로 바꾸기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반세기가 아니라 단 하루만에 줄일 수 있다. '무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일은 실제로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필요한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후창조자 본문 중에서)

 

 

팀 플래너리 교수의 '기후 창조자'는 '가이아(Gaia)' 이론 소개로 출발한다. "대기는 서로 연결돼 있고, 기온 조절을 위한 가이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의 거대한 기관"으로 곧 "지구는 하나의 단일한 유기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팀 플래너리 교수는 "내가 제기하려는 문제는 가이아적 접근에 좀더 호의적"임을 분명히 밝힌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통해 기후 문제의 심각성이나 이에 대한 각 나라의 대응의 '허와 실'을 조목조목 짚어나가는 한편, "인류가 기후를 만들고, 기후가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는 말을 강조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선진국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3분이 1이 가정용 난방에서 비롯되며, 이중 3분의 1이 물을 데우는데 쓰인다. 미친 짓이다. 장치만 제대로 갖추면 태양이 물을 데워준다"거나, "가능하면 걸어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바꿔 가정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는 것도 전화 한 통화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문제에 관심 있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는 "우리가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우리 생활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싸울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가이아'란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