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쇳말로 본 2000~2009 대전환의 10년] 5. 지구온난화
쓰나미·대지진 등 수십만명 죽는 재해 현실로
‘저탄소 사회’ 화두 속 ‘친환경 시장’ 경쟁 치열
[한겨레신문 2009-12-21 ]
빙하와 만년설은 녹아내리고, 섬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지구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수십억년의 지구 역사에 빙하기나 대지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첫 10년, 전 인류는 그 한가운데 ‘인간의 탐욕’이 있음을 처음으로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는 환경문제를 넘어, 에너지 다소비형 사회로 성장해온 국제사회가 저탄소 사회로의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최근 10년 동안 기상이변으로 인한 사막화와 해일, 홍수, 가뭄 등 ‘대자연의 경고음’이 커졌다. 2003년 여름 유럽에선 폭염으로 2만~3만여명이 숨졌다. 2004년 12월 인도양 쓰나미로 동남아시아에서 2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 미얀마에 열대성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덮쳐 13만여명,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8만여명이 사망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위협에 처한 북극곰의 사진은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올해 12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지구 표면온도가 2도 오르면, 해수면이 최대 9m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적인 원인이 지구 온난화인지를 별개로 하더라도, 잦아진 자연재해가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관심과 두려움을 더욱 키운 것은 사실이다. 온난화 대처에 대한 지구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7년 10월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기후변화가 과장된 것이라는 ‘음모론’ 역시 횡행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라는 ‘자연의 복수’를 부른 것은 인간이란 사실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도 차례차례 제출됐다. 지난 10년간 더 가속화한 ‘지구화’는 열대우림의 파괴, 석탄과 석유 등 자원의 고갈, 자동차와 항공기 등의 배출가스 증가를 부추겼다. 온실가스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소비가 원인이다.
국가 경계를 초월하는 기후변화는 화석연료 고갈, 유가 상승, 기온 상승, 기후 이변의 증가를 계기로 국가 안전보장과 성장전략 차원으로 부각됐다. 수단 다르푸르에서 20만명 이상이 숨진 내전에는 토양 건조화와 황폐화, 사막의 확장, 물 부족이 엉켜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새로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치열한 ‘전략’이 깔려 있다. 이미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탈피한 유럽 등 선진국의 발걸음과 여기서 만들어지는 시장을 차지하려는 중국 등 거대 개발도상국의 경쟁이 그것이다. 태양광,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녹색혁명은 21세기 세계적 코드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탈퇴로 사문화됐던 교토의정서가 다시 전체 국제사회의 재논의 대상이 된 것만 해도 지난 10년의 적잖은 성과다.
하지만 2009년 마지막 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결정을 다시 1년 뒤로 유예하고 말았다. 시급성엔 동의했지만, 각국의 정치적 이해는 갈수록 더 첨예해지는 상황이다. <끝> 김순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