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말 정선생님을 처음 뵙고 9월부터 새벽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말이 수행이지 모르는 게 많아서 그냥 흉내낸 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간곡한 개인적 바램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정성은 기울였습니다. 처음 시작한 마음 자체는 별로 순수하진 못했습니다. 오로지 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보리라는 사적인 욕심만 가득했거든요. 그래도 수행하는 동안의 느낌은 정말 좋았습니다.
둘째 날부터 평소에 저를 괴롭혀왔던 삶의 동반자나 마찬가지였던 두통이 없어지고 저공비행하듯 마구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증산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새벽수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증산도 진리책, 도전, 개벽실제상황, 이것이 개벽이다 등 책도 함께 읽었죠. 무슨 내용인지 깊이있게 깨닫지 못했으면서도 그냥 진리의 말씀들이 넘 좋았고 가슴 벅차고 한마디로 감동적이었죠.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괴롭히는 강도가 점점 더 심해졌지요. 이 문제로 상담하던 중 시직선조 조상님들 천도식을 해드리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듣고 천도식을 해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21일 정성수행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입공치성까지 드리고 나서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청수모시고, 300배례와 1시간 수행까지 하려면 새벽 3시에 일어나야 되는데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보은하는 맘으로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데, 지금 내 맘엔 감사와 보은의 맘보다 내 문제를 해결해주세요 라는 욕심이 앞서고 있건만, 과연 조상님께서 천도식 때 참석해 주실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첫날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새벽 3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습니다. 졸리지도 않고 머리도 맑았습니다. 혼자하는 새벽수행이라 처음 며칠간 무섭기는 했지만, 신단 닦는 것도 신이 나고 초에 불을 밝힐 때면 제 손길로 밝혀지는 불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배례도 처음이라 300배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200배 지나고 나서부터 리듬 타듯 힘이 솟으면서 거뜬하게 해지더라구요. 겸손하지 못하게 ‘300배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처음엔 시직선조 조상님이다 보니 딱히 감사할 게 생각나지 않아 그냥 무미건조하게 감사드립니다 라고 마음속으로 말씀드렸는데, 배례를 하다보니 감사드릴 게 마구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로 감사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며칠째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누군가 제 옆에서 같이 주문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아버님께서 굉장히 젊어지신 모습으로 아이들과 아주 환하게 웃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수행기간 내내 아버님께서 제 주위에 계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수행할 때 보이던 여러 가지 이상한 영상들도 안보이고 예전엔 수행 중 보이던 장면들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평면적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뭔가 보이진 않지만 그 속으로 제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개인적인 가정사 일로 맘 고생은 했지만) 21일 정성수행 공부 무사히 마치고 드디어 지난 12월 16일 일요일에 천도식을 해드렸습니다. 천도식 전날 발원문을 못 적은 관계로 천도식 당일 새벽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발원문 막상 쓰기 시작하니 30분 만에 다 써졌습니다. 쓰면서도 시아버님과 제 예쁜 아가 신명들에 대한 내용을 적을 때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마음은 굉장히 편했습니다.
도장 성도님께서 모두 자기일처럼 도와주셔서 또 한번 가슴이 뭉클거렸습니다. 하마터면 전 부치다가 울 뻔했습니다. 그리고 정명희 선생님께서 참석하러 오시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선생님의 그 깊은 배려심에 또 한번 가슴 뭉클 감동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오신다고 하니 다른 분들이 '왜 오시지?'라고 의아하게 보시길래 제 선배님이시라고 자랑했습니다. 결국 몸이 불편하셔서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오시겠다고 하신 그 마음만으로도 직접 오신 것만큼 넘 기쁘고 감사합니다.
천도식은 잘 끝났고 뒷풀이도 좋았습니다. 어제는 폐백 옷을 하늘로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도와 주셨던 지산도장의 권성도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인복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폐백 준비 도와주신 복현도장의 성도님, 새벽 수행 때 같이 해 주셨던 신 포감님, 이 포감님, 청수 모실 준비 미리 해두고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청수 모시고 300배례까지 함께 해주신 채 포감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참 우리 아가들 이름 넘 멋지게 지어주신 포교사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상님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천도식 하고 난 후 제 마음의 가장 큰 변화는 평화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 나와 가족에게서 세상 사람들에게로 시선이 돌려졌습니다. 진정으로 세상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마음을 저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폐백을 소의할 때 그 불꽃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너무 아름답고 예쁜 불꽃이었습니다. 천도식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이 기분 잊지 않으려고 어제 입공치성 드리고 오늘부터 100일 정성수행 공부 들어갔습니다. 100일이 지난 후 제 신앙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진리를 바라보는 눈이 깨이길 기대해 봅니다. - 이00 (여,39) / 대구시지도장 신도 /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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