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최명길에게 청나라와의 화친을 권유한 새재 성황신 본문

수행과 명상/영혼의 세계

최명길에게 청나라와의 화친을 권유한 새재 성황신

세덕 2013. 7. 25. 14:20

최명길에게 청나라와의 화친을 권유한 새재 성황신

최명길에게 청나라와의 화친을 권유한 새재 성황신


 *세상의 모든 참사가 척신(隻神)이 행하는 바이니라.
 삼가 척을 짓지 말라. 만일 척을 지은 것이 있으면 낱낱이 풀고 화해를 구하라. (道典3:188:10∼11)
 *이로부터 지하신(地下神)이 천상에 올라가 모든 기묘한 법을 받아 내려 사람에게‘알음귀’를 열어 주어… (道典2:30:6)
 
 
 조선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최명길은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화의론(和議論)을 제기하였다 1). 한민족사를 보면 정묘·병자년처럼 나약하게 굴복한 전례가 없다.
 
 그런데 왜 최명길은 싸워 보지도 않고 주화론(主和論)을 주장했을까? 그가 온갖 욕설과 오해를 감수하면서 외롭게 주화론을 펼친 까닭은 무엇일까? 무언가 곡절이 있을 법도 하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소년 최명길과 새재 성황신에 얽힌 이야기다.


 
 최명길과 동행한 새재 성황신
 소년 명길은 안동부사로 있는 외숙을 찾아뵈려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문경새재2)를 지나게 되었다.
 고갯마루에 이르렀을 즈음, 한 여인이 나타나 앞서 가기도 하고 뒤쳐지기도 하였다. 험한 산길을 여자가 혼자서 가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그 걸음걸이 또한 매우 빨랐다.
 “대체 그대는 누구이기에 내 앞을 왔다갔다하는 거요?”
 “나는 새재 성황신이오. 일전에 중국과 장사를 하는 큰 상인이, 내가 입으라고 중국 비단 치마 저고리 한 벌을 성황당에 갖다 놓았는데, 안동 사는 배
 (裵) 좌수(座首)가 훔쳐내어 제 딸년에게 주었으니 이런 고약한 자가 어디 있겠오! 하여 배 좌수 집을 찾아가서 치마 저고리를 찾고 그 딸년을 죽일 작정으로 가는 참이오.”
 
 최명길은 속으로 깜짝 놀랐으나 겉으로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잊은 물건만 찾으면 되는 것이지 사람까지 죽여서야 되겠소?”
 이렇게 하여 소년 최명길과 자칭 성황신이라는 그 여인은 안동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사람의 눈에는 성황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최명길이 혼자서 걷는 걸로 보였다.
 
 
 


--------------------------------------------------------------------------------

 1) 주화론을 주장한 최명길: 그는 후금 및 그 뒤를 이은 청나라에 대해서는 유연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여 충돌을 피하고, 우리의 입장을 지키자는 주장으로 일관하였다. 병자호란 때는“싸우자니 힘이 부치고 감히 화의하자고 못하다가 하루아침에 성이 무너지고 위아래가 어육이 되면 종사를 어디에 보전하겠느냐?”는 입장에서 강화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쓴 항복문서를 찢는 척화파 김상헌의 행동에도 의미가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독단에 빠지지 않았다.
 2) 새재: 조령(鳥嶺)의 다름 이름인‘새재’는 조선시대부터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가장 짧은 고갯길이었다. 과거보러 가던 선비와 괴나리봇짐을 멘 보부상, 세곡(稅穀)과 궁중 진상품 등 영남의 사람과 산물이 새재길을 통해 충주의 남한강 뱃길과 연결되어 서울 한강 나루터에 닿았다. 『새재 성황신과 최명길에 관한 전설』『신립장군과 새재 여귀』등 숱한 사연이 전해져 오고 있다. ( ‘새재’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 또는 억새풀이 많은 고개로 풀이되고 있다.)
 
 
 좌수의 딸을 구해준 최명길
 둘이 안동 땅에 막 들어서자, 여인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최명길은 안동관아에 들려 외숙에게 인사와 안부를 드리고, 급히 배 좌수의 집으로 달려갔다.
 “아이고, 아가야! 이게 웬 날벼락이냐!”
 최명길이 대문을 들어서자 안방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좌수의 딸이 까닭도 없이 갑자기 넘어져 숨이 끊어졌다고 한다.
 명길이 방안에 들어가 보니, 성황신이라는 그 여인이 좌수의 딸에게 올라타서 숨통을 조르고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다른 이의 눈에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치마 저고리는 찾아줄 테니 사람은 해치지 말라.”
 명길은 이렇게 성황신에게 약조를 하면서 얼른 만류시키려 했다.
 “명공을 봐서 살려 주리다.”
 성황신은 결국 행동을 멈추고 곧 자리를 떴다. 명길은 곧장 좌수를 불렀다.
 “성황당에서 가져온 옷을 불에 태우십시오. 그리고 깨끗한 음식을 장만하여 치성을 드리고 성황신에게 용서를 비십시오.”
 좌수는 최명길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옷이 불에 다 타고나자 좌수의 딸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성황신은 이미 연기처럼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조선의 국운을 일러준 성황신
 한동안 외가에서 지낸 최명길이 한양으로 돌아가려고 다시 새재를 넘었다. 거기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성황신을 또 만나게 되었다.
 “일이 아주 다급하게 되었습니다.”
 성황신의 말에 최명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지금 만주에서 천자(天子)가 막 태어나려는 중입니다. 상제(上帝)께서 천하의 신(神)들에게 거기로가서 천자(天子)를 보호하라는 명을 내리셨기에 저
 도 지금 거기로 가는 참입니다.”
 “천자가 누구요?”
 “성은 애신(愛新: 청나라 태종을 말함)인데, 이 사람이 태어나면 명나라는 추후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 그 천자가 훗날 조선을 칠 것인데, 그때 화친을
 주장하여야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공은 부디 이일에 힘쓰기 바랍니다.”
 
 “나는 보다시피 백면서생인데, 무슨 힘으로 어떻게 조정에서 화의(和議)를 주장할 수가 있단 말이오?”
 
 “공은 뒷날 큰 벼슬을 하여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 될 것이니, 그 때에 천자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오면 백성을 살리고 종묘사직을 보전하는데 앞장서야 하며, 그 길은 화친하는 길밖에 없으니 명심하십시오.”
 
 말을 끝낸 성황신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후 공은 과연 벼슬이 차차 올라 영의정이 되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조정중신들의 중론(衆論)을 물리치고 홀로 화의를 적극 주창하여 청과의 휴전을 성립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