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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이 국가부도에 빠진다면?

세덕 2013. 10. 16. 14:50

[월드리포트] 미국이 국가부도에 빠진다면?

미국의 국가부도라는 운명의 시계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17일 자정부터라고 하니 이제 시간은 하루 조금 더 남았을 뿐입니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한 미 정치권의 협상도 긴박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협상 타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부도 사태만큼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상식적인 전망입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입니다.

단순한 한 마디지만 이 속에는 엄청난 미국의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부도가 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습니다. 미 연방정부는 돈 쓸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거둬들이는 세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빚을 냅니다.

하지만 얼마나 빚을 낼 것인가는 의회가 정해 줍니다. 1917년부터 지금까지 쭉 그래 왔습니다. 현재 미 연방정부가 낼 수 있는 빚은 16조7천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는 무려 1경8천억원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그래도 항상 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금 백악관이 이 부채 상한 액을 올려달라고 의회에 사정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미국이 부도가 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제이콥 류 미 재무장관에 따르면 17일이 되면 미국 정부 곳간에는 현금이 300억 달러 정도 밖에는 안남는다고 합니다. 이 달 말까지는 대략 550억 달러가 필요한데 당장 현금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들어오는 세금이 있으니까 당장 곳간이 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달 하순 언젠가는 현금이 부족해 집니다.

10월21일에는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3개월, 6개월짜리 국채 경매가 있습니다. 미국 국가부도 사태에 대해 투자자들이 보일 반응의 첫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돈을 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생각하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할 것입니다. 즉 미국정부의 채권 발행 비용이 커지면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10월 22일부터는 미 정부의 현금 고갈이 초읽기에 들어갑니다. 미 의회조사국은 22일부터 31일 사이에 현금 고갈 사태가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지출의 32%를 삭감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무엇보다 일단 이자 갚을 걱정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이나 보훈 관련 예산도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120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보장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데 부채 상한 액이 늘어나지 않으면 최소한 이틀 정도는 지급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이 되면 보통의 미국인들에게도 사실상의 국가부도 사태라는 위기감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10월 24일은 미국정부가 930억 달러에 달하는 단기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날입니다. 다행히 10월21일 채권 발행이 성공하면 이 빚을 갚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물론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지만 빚을 갚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디폴트' 즉 국가 부도 사태인 것입니다.

다행히 여기까지 위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10월 31일은 피해갈 길이 없습니다.이 날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60억 달러입니다. 이 시점까지도 부채 상한을 올리는 데 실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국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정부 지출 규모는 엄청나게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바로 미국의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전 세계가 지금 엄청난 양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돼 왔기 때문에 앞다퉈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그 이자를 내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11월1일이 되면 미국 정부에 엄청난 청구서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250억 달러의 사회 보장 관련 청구서, 180억 달러의 공공의료(Medicare) 상환 청구서도 들어옵니다. 빚을 낼 수 없으면 최소한 2주일 이상 지급이 늦어집니다.

이것이 미국 정치권이 정부부채 상향 협상에 실패할 경우 대략 앞으로 보름 정도에 걸쳐 벌어질 일입니다. 물론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번은 아니더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이런 일이 닥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책임과 이기주의, 당파주의가 판치는 미국 의회의 현주소에 대해 미국인들도 지금 매우 당혹해 하면서 그 이유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신동욱 기자shin65@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