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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문정왕후와 태릉선수촌

세덕 2013. 12. 4. 16:14

<태릉>문정왕후와 태릉선수촌

<태릉>문정왕후와 태릉선수촌

SBS | 권종오 기자 | 입력 2013.12.04 15:36

한국 스포츠의 메카이자 수많은 스타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이 철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바로 문정왕후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중종 임금의 계비인 문정왕후의 능이 태릉입니다. 태릉을 모함해 조선왕릉 40기는 2009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당시 유네스코 측이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이 때문에 문화재청이 몇년째 철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비 가운데 장희빈 등과 함께 가장 혹독한 평가를 받는 문정왕후는 중국의 측천무후, 서태후와 비견될 만큼 권력욕이 강했습니다. 자기 아들(명종)을 임금으로 세우려고 인종 임금을 독살했다는 의혹도 있고 남동생 윤원형, 정난정을 내세워 권력을 사유화했습니다. 명종이 즉위한 뒤에도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임금에게도 매질을 가했고 두 차례 사화를 일으켜 유능한 인재들의 목을 수도 없이 잘랐습니다. 극심한 부정부패는 물론 무신 차별로 국방력을 약화시켜 훗날 임진왜란의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임꺽정'이 등장한 것도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렇듯 문정왕후가 우리 역사에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힘이 얼마나 막강했던지 태릉 권역의 총 면적은 50만 평이 넘습니다. 능호도 여자들에게는 잘 붙이지 않는 '태릉(泰陵)'으로 지었습니다.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의 완전 복원을 위해서는 현재 태릉선수촌의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심정적으로만 보면 문정왕후보다는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백개의 메달을 따낸 우리 태극전사들의 가치가 훨씬 높습니다. 태릉선수촌은 한국 스포츠 발전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격을 따기 위해 우리 근현대사유산을 폐기하는 것은 또 하나의 '문화 사대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의 훈련·숙박시설이 부족하고 노후화된 데다 선수촌 인근에 있는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추가시설 확충이 어려워지자 충북 진천에 새 선수촌을 지었습니다. 총 1천840억원을 투입한 1단계 사업이 2011년 말 끝나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 중이고, 2017년까지 다시 3천3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2단계 사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진천선수촌으로 이전 계획이 섰는데도 체육계는 태릉선수촌 철거에 극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태릉선수촌이 갖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50년 가까이 한국 체육 발전의 밑거름이 돼온 태릉선수촌이 스포츠 문화유산으로서 그 기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는 9일 국회에서는 전설적인 탁구스타 출신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 주도로 토론회가 열립니다. 이 토론회에서는 1966년 건립된 태릉선수촌의 기능 유지 방안에 대한 타당성을 찾는 한편 태릉선수촌의 근대체육문화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널리 알릴 방안 등을 모색합니다.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은 싫든 좋든 5백년이 넘은 우리 문화재입니다. 태릉선수촌도 반세기의 역사를 가진 엄연한 우리 현대 스포츠 유산입니다. 문화재청과 체육계가 상생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짜내야 할 때입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