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미국 페스트 어쩌다 - 페스트 감염 미스테리

<페스트>미국 페스트 어쩌다 - 페스트 감염 미스테리

<페스트>미국 페스트 어쩌다 - 페스트 감염 미스테리

▲  중세시대 유럽, 페스트로 2천 500만 명 사망

14세기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페스트, 일명 흑사병이 2015년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믿기 힘든 이야기 같지만 최근 미국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페스트 감염 공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현지날짜) 유타 주(州)에 사는 70대 남성이 페스트에 걸려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올 들어 4번째로 사망한 페스트 감염자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 페스트에 걸린 환자는 모두 15명이다. 2006년 한 해 17건을 기록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내 페스트 환자는 연평균 7명, 사망자는 1명 미만이었다.

◆ 올 들어 4번째 사망자…미 보건당국도 정확한 원인 몰라

페스트 감염 환자는 현재 콜로라도 주 4명, 뉴멕시코·애리조나 주 각각 2명, 캘리포니아·조지아·오레곤 주에 1명씩 모두 11명이다. 지도에서 보면 중부는 물론 서부에서 동부까지 미국 전역에 걸쳐 감염자가 나타나고 있다.

더 무서운 건 페스트 감염 사례가 예년보다 늘어난 정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CDC도 아직 상황을 지켜볼 뿐 정확한 원인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

중세시대를 공포로 몰아갔던 페스트가 수백 년이 지나 선진국 미국에서 왜 발생하고 있는 걸까?

첫 번째 가능성은 애완동물에 의한 감염이다. 쥐, 청설모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병이다. 이달 초 캘리포니아의 유명 관광지인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페스트로 폐쇄된 바 있다. 이곳의 캠핑을 다녀간 여자 어린이가 페스트에 걸려 치료를 받은 데 이어 국립공원을 다녀간 다른 시민 1명도 페스트 감염 증상을 보였다.

▲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다른 가능성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영향이다. 예년보다 무더워진 날씨로 인해 감염원인 페스트균이나 전파매개체인 벼룩 또는 설치류의 활동이 왕성해졌을 가능성이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7월 지구 기온이 1880년 처음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준호 질병관리본부 병원체방어연구과 보건연구사는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해 보이지만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줬다는 점도 배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 치료 시기 놓치면 치사율 최대 93%

보건당국 관계자는 "페스트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탄저균처럼 생물무기로 쓰는 등 지금도 인간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조기에 발견된 환자는 항생제로 완치할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률이 66~9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트는 완전히 정복되지 않았다. 19세기 인도에서는 페스트로 무려 천 만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페스트는 특정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지속해서 발생하는 풍토병(風土病)이다. 페스트가 미국에 유입된 것은 19세기 무역선이 오가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주로 아프리카, 중국, 인도, 동남아, 미국 등에서 해마다 1천~2천 명 정도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

페스트는 인간이 발명한 항생제로 어느 정도 극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대상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페스트는 지금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며 "초기에 항생제를 투입하면 완치할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페스트가 1960년대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래 발생 사례가 없다.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보건당국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다. 페스트 감염자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거나 설치류 같은 전파매개체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는 한 전염될 가능성이 낮다.
전준호 보건연구사는 "미국에서 예년보다 페스트의 감염 정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산'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기성기자 (b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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