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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헌에 나타난 '개벽'의 의미

세덕 2012. 5. 9. 15:31

[개벽관] 중국문헌에 나타난 '개벽'의 의미



 

[개벽관] 중국문헌에 나타난 '개벽'의 의미

    * 내가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조화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선경(仙境)을 건설하려 하노라. [도전 4:19]

    중국 문헌에 나타난 ‘개벽’의 의미(1)

 중국 문헌에서 ‘개벽(開闢)’이라는 용어는 『국어(國語)』,「월어하(越語下)」에 처음 보이는데, ‘하늘과 땅이 열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개척하다 · 개간하다’라는 의미다. 선진(先秦) 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적에는 ‘개벽’이라는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 진(秦)을 거쳐 한대(漢代)에 이르러 ‘개벽’ 혹은 ‘천지개벽’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인성론(人性論) 중심의 선진(先秦) 유학은 한대(漢代)에 이르러 우주론 중심의 철학으로 바뀌었다. 한대 유학의 우주론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을 기본 관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음양오행설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은 모두 기(氣)를 바탕으로 생겨난다는 우주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즉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근원,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보편적 존재, 우주 생성론에서의 최초의 근원자로서 ‘기(氣)’를 설정하고 있다. 이 최초의 ‘기’로부터 음양이 분화되고, 음양은 다시 사시(四時)로 나누어지고 또 오행과도 연관이 되며, 사시는 만물을 생성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기일원론(氣一元論)적 우주론이다.

중국 철학 전체를 놓고 볼 때, 한대 사상은 유가와 도가의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상사적 측면에서 볼 때 한대 사상은 쇠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 방면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즉 천문역법(天文曆法)·의학·수학·지리학 등과 같은 자연과학은 비교적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상과 같은 한대의 사상적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대에 언급된 ‘개벽(開闢)’에 대한 관념을 살펴보자.

    1) 양웅(揚雄)

    齊桓·晉文以下, 至於秦兼, 其無觀已. 或曰, 秦無觀, 奚其兼. 曰, 所謂觀, 觀德也. 如觀兵,
    제환
    ·진문이하, 지어진겸, 기무관이. 혹왈, 진무관, 해기겸. 왈, 소위관, 관덕야. 여관병,
    開闢以來, 未有秦也. (卷五, 「寡見」)
    개벽이내, 미유진야. (권오, 「과견」)

이 구절은 양웅(揚雄)의 『법언法言』에 나오는 말이다. 서한(西漢) 말기에는 『역경』을 해석한 상수학(象數學)과 엄준(嚴遵)의 도가 사상이 성행했다. 양웅은 『역경』의 상수학과 엄준의 철학사상을 바탕으로 ‘자연주의적 우주관’을 확립했다. 그는 천(天)의 운행을 음양의 자연적인 변화로 보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이 무위로써 하는 것을 알 수 있다.……하늘이 만물을 조각하지는 않는데, 이것은 만물이 스스로 조형자가 되어 조각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하늘이 일일이 모든 것을 파고 새기고 하여 그 많은 것을 보급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웅은 하늘의 주재성(主宰性)을 부정했다.
이제 위 인용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제나라 환공이나 진나라 문공, 그리고 진(秦)나라의 천하통일까지는 도덕적으로 볼 때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혹자는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나라에 볼만한 것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러한 질문에 양웅은 극히 도덕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볼만한 것이 없다고 한 것은 왕(王)의 덕을 말한 것이다. 만약 무력으로 본다면 ‘하늘과 땅이 열린 이래(開闢以來)’ 진나라만큼 강대한 나라는 없다.”

하늘의 주재성을 부정했다는 점과 인용문의 전후 내용을 근거로 할 때, ‘개벽이래(開闢以來)’의 ‘개벽’은 ‘하늘과 땅이 열린 맨 처음’ 즉 ‘우주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왕충(王充)

양웅과 동시대 사람인 왕충(王充)의『논형(論衡)』에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개벽’이라는 용어보다 더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왕충은 “하늘은 원기(元氣)를 부여받았다.”고 보았다. ‘원기’란 바로 우주의 본체이며, 만물은 이로부터 나온다. 왕충은 “동일한 하늘 동일한 땅이 만물을 생육하고, 만물은 모두 동일한 기(氣)를 부여받아 자란다. 기(氣) 후하고 박한 것이 있는 것은 만세가 지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氣)를 우주의 본체로 본 것은 양웅과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한대(漢代) 유학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를 바 없다.
『논형(論衡)』은 방대한 양의 책이지만 ‘천지개벽(天地開闢)’ 혹은 ‘개벽(開闢)’이라는 용어가 세 번 나온다.

    開闢以來, 恩莫斯大? (『論衡』, 「恢國」)
    개벽이내, 은막사대? (『논형』, 「회국」)

「회국」편은 한대(漢代) 통치자들의 업적과 덕성을 고대(古代) 통치자들과 비교하면서 고대를 중시하고 한(漢) 왕조 당시를 경시하는 속유(俗儒)들에 대한 비판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회국(恢國)의 ‘회’는 크다는 뜻이고, 국(國)은 한(漢) 왕조를 말한다. ‘은(恩)’이란 ‘명제(明帝)의 은덕’을 말한다. 명제(明帝)가 반란죄를 범한 유형(劉荊)·유영(劉英)에 대해 은덕을 베풀어 그들을 석방한 것을 가리킨다. 위 인용문은 명제(明帝)의 이러한 은덕을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 이래(開闢以來)’라는 말로 극찬한 것이다.

    天地開闢, 人皇以來, 隨壽而死. (「論死」)
    천지개벽, 인황이내, 수수이사. (「논사」)

‘인황(人皇)’은 전설 속의 삼황(三皇: 天皇·地皇·人皇) 중의 하나다. 인간의 죽음은 자신의 수명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은 우주가 시작된 이래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래서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 뒤, 인황(人皇)이 있은 이래, 사람들은 수명에 따라 죽는다(天地開闢, 人皇以來, 隨壽而死).”고 말했다. 왕충은 인간의 ‘수명’을 100세 전후로 보았다.
위 인용문은 왕충의 무신론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영혼불멸을 부정하면서 한편으로는 기(氣)에 의해 이루어진 귀신의 현상을 인정하는 왕충의 주장을 볼 때, 그의 주장은 노사광의 평가대로 엄격성이 결여되었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天地開闢有甲乙邪? 後王乃有甲乙? 如天地開闢本有甲乙, 則上古之時, 巢居穴處, 無屋宅
    천지개벽유갑을사? 후왕내유갑을? 여천지개벽본유갑을,  칙상고지시, 소거혈처, 무옥댁
    之居, 街巷之制, 甲乙之神皆何在? (「詰術」)
    지거, 가항지제, 갑을지신개하재? (「힐술」)

「힐술」편은 인간의 길흉화복과 미신이 서로 전혀 관계가 없음을 주로 논하고 있다. 왕충 당시에는 집의 방위와 집주인의 성(姓)이 속해있는 오음(五音)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러한 관계가 오행(五行) 상생(相生)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면 ‘갑을의 귀신(甲乙之神)’으로부터 징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위 인용문은 바로 이러한 미신을 비판한 것이다.
인간은 만물 중에 존귀한 존재일 뿐이다. 인간도 새나 짐승이 보금자리에 사는 것처럼 주택에 산다.

만약 주택에 갑(甲)·을(乙)의 배열 순서가 있다고 말하면, 새나 짐승이 사는 보금자리에도 갑(甲)·을(乙)의 배열 순서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다시 말하면 갑(甲)·을(乙)의 신(神)은 왜 인간의 집에만 있고 새나 짐승의 보금자리에는 없는가? 그러면 갑(甲)·을(乙)의 배열 순서가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릴 때’ 있었는가? 아니면 후에 갑·을이 생겨났는가? 만약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릴 때’ 원래 갑·을이 있었다면, 상고시대에 집도 없이 나무 위나 동굴 속에 기거할 때, ‘갑·을의 귀신’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이것이 위 인용문의 내용이다.
이상과 같이『논형(論衡)』에는 ‘천지개벽’ 혹은 ‘개벽’이라는 용어가 세 번 나오지만, 그 의미는 원기(元氣)로부터 천(天)·지(地)로 분화됨을 의미하는 우주론과는 전혀 상관없이 단순히
‘우주의 시작’을 뜻한다.

 

중국 문헌에 나타난 ‘개벽’의 의미(2)


    1) 왕부(王符)

왕부(王符)의 잠부론(潛夫論)에도 ‘개벽’이라는 말이 보인다. 잠부론은 철학적인 문제보다는 정치 사상을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치 사상의 이론적 기초는 ‘기일원론’이다.
왕부는 우주의 근원을 ‘기(氣)’로 보았다. 왕부에 의하면 원기(元氣)는 우주의 근원이며, 이러한 원기가 스스로 움직여 우주 만물을 낳는다. 이처럼 원기 자체에 자화성(自化性)이 있다는 것은 바로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우주 만물이 생겨났다는 주장을 배척하는 것이다. 원기는 그 자체의 힘에 의해 음양(陰陽)으로 분화되고, 음양의 운동에 의해 천지만물이 나온다.
‘원기’ 이외에 왕부는 ‘도(道)’를 제시했다. 이 ‘도’는 실체가 아니라, 원기의 운동 법칙이다. 이것은 바로 우주의 운동이 질서 있고 조화롭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를 원기의 근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왕부의 우주론을 바탕으로 잠부론에 나오는 ‘개벽’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國以民爲基, 貴以賤爲本. 願察開闢以來, 民危而國安者, 誰也? 下貧而上富者, 誰也?
    국이민위기, 귀이천위본. 원찰개벽이래, 민위이국안자, 수야? 하빈이상부자, 수야? (邊議 변의)

국가는 백성을 기초로 하고,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한다. 유사이래 국민이 위태로운데 국가가 안정된 적은 없었고, 국민이 궁핍한데 군주가 부유한 적은 없었다. 정치는 국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위 인용문에 나오는 ‘개벽’은 아래에 나오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줄인 말로서,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 이래’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물론 문장의 전후 맥락을 근거로 ‘유사이래’라는 파생된 의미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天地開闢有神民. 民神異業精氣通. 行有招召, 命有遭隨, 吉凶之期, 天難諶斯. 聖賢
    천지개벽유신민. 민신이업정기통. 행유초소,  명유조수, 길흉지기, 천난심사. 성현

    雖察不自專, 故立卜筮以質神靈. (卜列)
    수찰불자전, 고립복서이질신령.  (복열)

성현(聖賢)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먼저 시초(蓍草) 귀갑(龜甲) 점괘(占卦) 복서(卜筮) 등을 통하여 어떻게 행할 것인가[行] 운명[命] 길흉을 묻는다. 왕부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는 재앙 혹은 행운을 불러오기도 하고, 인간의 운명은 순조롭기도 하고 역경이 있기도 하며, 길흉은 하늘도 보장하기 어렵다. 성현은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어떻게 행할 것인가[行] 운명[命] 길흉 등을 신령에게 묻지 않는다. 그러나 속세의 무축(巫祝)들은 자신의 영달 혹은 어떤 개인만을 위하기 때문에 신령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다.
그러면 성현은 어떻게 신령의 뜻을 알 수 있는가? 왕부에 의하면, ‘인간과 신령은 각기 종사하는 바가 다르지만 그 정기(精氣)는 서로 통하기 때문에(民神異業精氣通)’, 신령의 뜻을 알 수 있다. 성현 역시 인간이다. 그러나 성현이 일반 사람과 다른 이유는 덕행과 후천적인 학습에 있다. 성현은 덕행과 학습을 통하여 신령의 뜻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성현은 이러한 것을 혼자만 독점하기를 원치 않는다. 이런 까닭에 복서(卜筮)를 만들었다. 이것이 성현이 복서를 만든 이유다.


그러면 신령과 백성은 언제부터 있었는가? 위 인용문에 의하면 하늘과 땅이 열렸을 때부터 있었다. 그래서 “
天地開闢有神民”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천지(天地)’는 단순히 하늘과 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가리킨다.

    自古在昔, 天地開闢, 三皇迭制, 各樹號諡, 以紀其世. 天命五代, 正朔三復. 神明感
    자고재석, 천지개벽, 삼황질제,  각수호시, 이기기세. 천명오대, 정삭삼부. 신명감

    生, 爰興有國. 亡於?以, 滅於積惡. (五德志)
    생, 원흥유국. 망어만이, 멸어적악. (오덕지)

위 인용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삼황(三皇)이 제도를 만들고 국호를 세워 연대를 표기했다. 하늘은 오제(五帝)에게 천하를 다스리고, 정삭(正朔,정월과 초하루 즉 달력)을 고치도록 명했다. 신명이 감응하여 국가가 생기고 국가가 흥했으나, 군주가 나태하고 악이 쌓여 국가가 멸망했다. 이와 같이 왕부는 국가는 군주의 도덕적 나태함에 의해 멸망 혹은 흥한다고 보았다. 삼황(三皇)은 전설 속에 나오는 황제다. 즉 ‘삼황’의 실존 여부는 역사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삼황’이 ‘천지개벽’ 즉 우주가 시작한 이후에 존재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상과 같이 잠부론에 나오는 ‘개벽’ 혹은 ‘천지개벽’의 의미는 양웅, 왕충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시작’을 뜻하는 ‘천지개벽’이다.

동한(東漢) 말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참동계(參同契)에도 ‘개벽’이라는 말이 한 번 나오는데, 그 의미는 앞에 언급한 양웅,왕충,왕부와 같다.

    2) 갈홍(葛洪)


갈홍(葛洪)의 저서 포박자외편(抱朴子外篇)에 ‘개벽’이라는 말이 두 번 나온다.
갈홍의 철학사상은 한대(漢代) ‘기일원론’적 우주론을 답습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가 많으면 장수하고 반대로 ‘기’가 적으면 단명(短命)한다는 갈홍의 주장은 완전히 한대(漢代)의 기일원론적 관점으로 생명의 현상을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즉 한대의 유물론자들은 '기일원론' 사상을 바탕으로 ‘영혼불멸론’을 반대했지만, 갈홍은 생명의 길고 짧음은 선천적으로 받은 기(氣)에 의해 결정되지만, 후천적으로도 선천적으로 부족한 ‘기’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점이 한대 사상가들과 다른 점이다.
이제 포박자에 나오는 ‘개벽’의 의미를 살펴보자.

    開闢已降, 非少人也, 而忘富遺貴之士, 猶不能居萬分之一. (逸民)
    개벽이강, 비소인야, 이망부유귀지사, 유부능거만분지일. (일민)

위 인용문은

‘개벽 이후, 사람이 적었던 것도 아닌데, 부귀를 잊은 선비는 그 만 분의 일도 안 된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개벽 이후’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글의 내용을 놓고 볼 때, ‘우주가 시작된 이후’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故子西逐大聖之仲尼, 臧倉毁命世之孟軻. 二生不免斯患, 降玆亦何足言! 斯禍蓋與開闢幷生,
    고자서축대성지중니, 장창훼명세지맹가. 이생불면사환, 강자역하족언! 사화개여개벽병생,

    苦之匪唯一世也. 歷覽振古, 多同此疾. (名實)
    고지비유일세야. 역람진고, 다동차질. (명실)

위 인용문의 내용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초(楚)나라의 대신인 자서(子西)는 대성인(大聖人)인 공자를 쫓아버렸고, 노공(魯公)의 마음에 든 장창(臧倉)은 세상에서 드문 현인으로 손꼽히던 맹자를 비방하여 그가 관직에 임명되는 것을 저지시켰다. 공자나 맹자 같은 사람도 그러한 재난을 속절없이 당했거든, 하물며 그 보다 못한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이러한 재난은 아마도 ‘우주가 시작되었을(開闢)’ 때부터 비롯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재난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 사람도 비단 당시의 사람에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난날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동일한 폐단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개벽’을 ‘우주의 시작’이라고 풀이하는 것이 글의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가장 타당하다. 갈홍은 모함에 의한 재난의 역사를 과장해서 ‘우주의 시작 때부터’로 보았다.
이와 같이 포박자에 나오는 ‘개벽’ 역시 ‘우주의 시작’을 뜻한다.

이상의 서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일원론(氣一元論)적 우주관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둘째, ‘천지’는 단순히 자연을 가리키는 ‘하늘과 땅’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가리킨다.
셋째, ‘개벽’은 ‘시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결국 한대(漢代)에는 ‘천지개벽’이 글자 그대로 ‘하늘과 땅이 열린 맨 처음’ 즉 ‘우주의 시작’을 뜻하는 것일 뿐이었다.

 

* 하루는 태모님께서 신정을 행하시며 말씀하시니 이러하니라.

"
선천에도 개벽이 있고 후천에도 개벽이 있나니
옛적 일(上古之事)을 더듬어 보면 다가올 일(來到之事)을 아느니라.
다가올 일을 알면 나의 일을 아느니라." [도전]
 

<위 글은 증산도사상연구소에서 간행한『증산도사상 甑山道思想』제4집(2001) 가운데 천병돈의 논문「‘천지개벽’에 관한 문헌적 고찰」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 증산도사상연구소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