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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부부사랑 표현 어떻게 했을까

세덕 2012. 5. 23. 13:49

500년 전 부부사랑 표현 어떻게 했을까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 복원, 21일 부부의 날 맞아 공개 경향신문 | 원희복 선임기자 | 입력 2012.05.20 22:47 | 수정 2012.05.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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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못 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500년 전 남편의 정이 담긴 애절한 편지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의해 복원, 공개됐다(사진).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전반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한글 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의미가 있다.

이 편지는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의 분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남편 나신걸의 부인 신창 맹씨 목관의 맹씨 머리맡에서 발견됐다. 이 편지는 당시 남편 나신걸이 함경도 군관으로 부임해 근무하던 중 고향에 있는 부인 맹씨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 뒷장에는 '회덕 온양댁'이라고 수신인이 적혀 있다.

본문 중에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가네"라고 부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집을 그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바늘은 매우 귀한 수입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편지글은 고어 한글로 정성스레 썼고 특히 16세기 사용되던 경어체 '~하소'라고 적어 부부가 서로 존칭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20일 "부부의 날을 맞아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담은 기록물을 복원했다"며 "조선시대 부부관계,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은 한지에 쓰인 이 편지를 초음파 봉합처리 기술로 복원해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복원된 이 편지는 대전선사박물관에 보관된다.

<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