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허영란 " 증산도를 하면서 역사공부도 많이 하게 됐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커졌다" (스포츠서울)
[남과 여] 깜찍녀 허영란 인터뷰 "남자들 긴장하세요"
빗길을 헤치고 서울 광화문 근처의 약속장소에 도착한 허영란은 ‘남과 여’를 보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가볍게 목례를 했다. 비와 와서 기분이 가라앉았나, 아니면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나 싶어 말을 먼저 붙여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변함없이 뚱한 얼굴로 ‘원래 그래요’라고 맞받아쳤다. 순간 ‘강적을 만났다’는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얼마전 MTV 화제작 ‘앞집 여자’에서 기혼남 손현주와 바람을 피우는 당돌한 미술선생으로 나와 인기를 모은 허영란은 TV속 이미지대로 엉뚱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스타 였다. 이번 인터뷰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았다.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남’도 허영란을 웃기겠다고 덤볐다가 초장부터 멋지게 한방 먹었다.
남-만나서 반갑다. 실물이 TV 보다 낫다. ?%$#@…(허영란이 반응을 보일 때까지 길게 서설을 늘어놓음)
(한참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지금 재미있으라고 한 얘기인가? ‘깬다.’
여-(헛기침을 하며 민망해하는 ‘남’을 토닥이면서 허영란에게)좀 웃어주지 그랬나?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시작하자고 그런 것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앞집 여자’를 마친 소감부터 말해달라.
처음엔 매니저 오빠가 대본을 갖다주는데 ‘이런 거 왜 하냐?’고 그랬다. 원체 난 ‘일편단심’과라서 유부남과 사랑하는 배역이 잘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MTV ‘그 여자네 집’의 연출자였던 박종 감독님(현 MBC드라마국 국장)이 그 역은 무조건 내가 적임 자라고 했다. 순수한 이미지가 있는 연기자가 해야 한다면서. 막상 하고 나니 이번처럼 배역에 폭 빠져 재미있게 연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우는 대목에서 신기하게 감정이입이 잘 됐다. 선배 연기자들이 ‘어쩜, 영란이는 저렇게 코를 벌렁벌렁하면서 잘 우느냐’고 했다.
남-특히 결혼한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혹자는 나도 저런 애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촬영내내 감독님(권석장PD)이 나를 ‘우리 꽃사슴’이라고 불렀다. 한번은 현주(손현주) 오빠랑 닭살스럽게 데이트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난 뒤였는데 감독님이 혼잣말로 ‘우와~, 부럽다’라고 말해 스태프 전원이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여-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미움을 사기 십상인 배역이었다. 유호정 앞에서 무릎 꿇고 이혼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내가 봐도 정말 당돌했다. 대본 보면서 그랬다. ‘얘, 진짜 사이코’라고.
여-만약 실제로 유호정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 것 같은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혈압이 오르겠나? 바람 피우는 것, 정말 싫다.
여-그래도 사랑은 교통사고 같다고 하지 않나? 혹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만약 유부남을 좋아한다면 혼자서 가슴을 치다가 말 것이다. 절대 밖으로 내색하지 못할 것 같다. 자고로 ‘환부역조(換父易祖)’라고 했는데….
남-잠깐 잠깐, 방금 전 뭐라고 그랬나? (‘여’에게)적어라. 어려운 말 나왔다. 무슨뜻인가?
조상을 섬기지 않고 가정을 파괴하는 것은 나쁘다는 소리다. 증산도 관련 책에서 본 얘기다.
남-그렇지 않아도 ‘증산도’와 관련해 꼭 질문해야지 그랬다. 어떻게 그 종교를 믿게 됐나?
예전엔 종교가 없었다. 올초 민용(최민용) 오빠 소개로 알게 됐다. 그렇다고 남자친구 따라 종교를 가질 만큼 철부지는 아니다. 내 의지로 믿음을 갖게 됐다.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사이비 종교 운운한다. 증산도를 믿으면서 역사 공부도 많이 하게 됐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커졌다.
근데 이 얘기는 그만해야 겠다. 매니저 오빠의 표정 봐라. 그만 했으면 하는 눈치다. 증산도 얘기하면 내 이미지에 득이 안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여-‘일편단심’과라고 했지만 부부든, 연인이든 오래 되면 권태기가 오는 법이다. 최민용씨와는 그런 적 없나?
오빠랑 사귄 지 이제 10개월 됐다. 요즘 헤어지는 커플이 많은데 우리는 지극히 ‘이상무’다. 처음 연인 사이를 공개할 때 주위 사람들은 말렸다. 하지만 남들 눈치보고 구속 받으면서 연애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민용 오빠는 좋은 사람이다. 내 앞에서만 보여주는 애교도 많다. 말할 때 얼마나 센스가 있는지 모른다. 일례로…(중략).
남-(다시 팔짱을 끼며 냉담한 표정으로)들어보니 그리 센스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아무래도 단단히 콩깎지가 쓰인 듯 싶은데…. 아까 무안하게 했다고 복수하는 것 같은데 우리 나중에 다시 한번 만나야 겠다. 여-입씨름 좀 그만 해라. 둘 다 정말 못말리겠다. 그건 그렇고 남자를 볼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물론 마음씨다. 돈, 능력…. 다 관심 없다. 예전에 누가 집안 좋은 남자랑 소개팅 하겠느냐고 한 적 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그랬다. ‘난 부잣집 싫어!’ 그리고 거만한 사람 제일 싫어한다. 민용 오빠는 착하고 겸손하다.
여-다른 연예인들과는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른 것 같다. STV ‘순풍산과인과’시절엔 ‘빵란이’허 간호사가 인기 최고였다. 당시 함께 출연한 송혜교가 현재 톱스타가 된 것을 보면 질투가 나지 않나?
휴~.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나? 예전에 많이 받은 질문이다.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솔직히 그렇다. 남-연기자로서 꿈이 무엇인가. 죽을 때까지 연기자로 살겠다는 말은 지금 감히 못하겠다. 하지만 사람들이 허영란은 평범한 배역도 독특한 빛깔로 소화한다고 칭찬할 때는 기분이 좋고 자부심도 생긴다.
당장은 영화 ‘남남북녀’(지난달 29일 개봉)가 잘 됐으면 좋겠고, 다음달 초 시작하는 STV ‘완전한 사랑’(김수현 극본·곽영범 연출)을 잘 해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다.
여-여자로서 꿈은 무엇인가.
몇개월 있으면 스물다섯살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했는데 어느덧 그렇게 됐다. 나이 생각하면 아주 징그러워 죽겠다. 예전부터 꿈이 현모양처였다. 서른 넘기 전에 결혼해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데 오늘 인터뷰, 되게 웃겼다. 두 사람, 꼭 ‘덤 앤 더머’ 같다(웃음)
출처 : 스포츠 서울 200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