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공습…대재앙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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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감염질환 전문가들도 14세기 유럽인구의 3분의1을 몰살시켰던 페스트(흑사병) 재앙이 21세기에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신종 전염병이 최근들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해 확산되고 있다. 결핵,페스트 등과 같이 오래된 전염병들도 다시 부활하고 있다.
연세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는 아산사회복지재단 주최로 지난 26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지구적 시각에서 본 위험-재난’에 관한 학술 심포지움에서 최근 20∼30년 동안 에이즈(AIDS),사스(SARS),조류독감 등 새로운 전염병의 도래와 함께 이미 박멸되었다고 믿었던 병균들이 다시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나아가서는 범세계적인 방역 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신종 전염병인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에 첫 감염자가 보고된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6월말 현재 내국인 누적 감염인수가 3468명에 이르고,이중 680명이 사명하여 2788명이 생존해 있다는 것.
또 21세기에 들어서 발생한 첫 신종 전염병인 사스(SARS)는 2002년 11월1일부터 2003년 8월7일까지 총 30개 국가에서 8422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이 중 91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총 3명의 추정환자와 17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는데,추정 환자 3명 중 필리핀계 미국인 1명을 제외한 2명이 내국인이었다.
또한 200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베트남,태국,캄보디아에서 발생한 H5N1 바이러스에 의한 조류독감 감염자는 총 107명으로 이 중 54명이 사망하여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조류독감은 아직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되었을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이 역시 사스와 같이 사람간에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이와 더불어 “과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전염병이었으나 최근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새로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말라리아,결핵,기회 감염증,A형 간염,디프테리아,페스트,콜레라,황열 등도 각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말라리아의 경우 국내에선 1979년 이후 해외여행객에서만 발견되었으나 1993년 경기도 파주지역에서 다시 발생한 뒤 해마다 대거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지난 2000년 4142명을 기록한 뒤,2001년 2556명,2002년 1799명,2003년 1171명,2004년 864명이 감염됐고,올들어 이 병에 감염된 환자수는 지금까지 총 63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핵균의 위협도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1인 17억 명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돼 있으며,매년 880만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175만 명이 사망하고 있기 때문. 이로써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성 질환 중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 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전염병들이 다시 나타나는 이유로 △환경 변화와 토지 이용의 변화 등 생태학적 변화 △인구학적 변화 및 행동양식의 변화 △해외여행과 무역의 증가 △기술과 산업의 발전 △미생물의 변화 △공공 의료체계의 변화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전염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출현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사스(SARS)의 예에서 보듯 지구의 한 지역에서 새로 출현한 감염병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 처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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