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여신이 있었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인간이 발견한 최초의 신성은 여성성이었기 때문이다. 구석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을 살펴보면 인류가 최초의 신을 '여성'으로 표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종교에는 여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신의 이미지조차 떠올리기 싶지 않다.
과연 여신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하게 이 시대에 '여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질문이 의미있는 이유는 우리가 '여신이 없는' 혹은 '여신이 죽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신이 죽은 시대'는 현 세계에서 신화를 대신하고 있는 세계 3대 종교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교'에 한정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에 여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왜 우리 시대의 신화와 종교에는 여신이 존재하지 않는가? 더욱이 왜 이제까지 우리는 여신이 존재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가?
현대 종교에 등장하는 이브, 마리아, 마야 부인 등은 모두 '여인'일 뿐 '여신'은 아니다. 아무도 여신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표현하지도 않는다. 하물며 여성적 이미지의 신을 떠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의 신화와 종교가 극단적인 형태의 가부장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중심은 '아버지'이고 때로는 아들이기도 하다. 여신의 형태가 어머니든 딸이든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은 단지 인간의 어머니로만 나타날 뿐이다.
여성적인 것은 악 자체나 악의 원인 등의 부정적인 관점에서 인식되기도 한다.
왜 신은 아버지여야 하는가?
'하느님 아버지'라는 단순한 표현도 오랜 세월동안 문자화디면서, 우리는 신 존재를 '남성적' 이미지로만 떠올리게 된 것이다. 최초의 여성 '이브'에 대한 묘사가 인간 존재에 대한 비유적 설명으로 인식되지 않고 여성의 일반적 특징으로 왜곡되어 '여성은 왜곡된 존재'이거나 '여성은 악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이천년 이상 팽배해왔다.
우리가 여전히 초월적인 최고의 존재로서 신을 통합적인 이미지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1. 기존 종교의 경직된 태도 때문일 것이다. 여성성의 원리를 배제한 채 남성성의 원리만을 극대화한 우주의 통치자로서의 신의 모습은 여전히 편향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우리 종교는 이러한 노력을 포기한 지 오래며 오히려 점점 더 문자라는 성곽안에 단단히 가둬두려고 한다. 이제 이러한 종교는 스스로 몰락할 뿐이다.
또 다른 이유로 2.현 시대의 종교와 특히 종교인들이 드러내고 있는 배타적인 태도를 제기할 수 있겠다.
만약 우리가 신의 이미지를 다양한 인간적 삶에서 빌려온다면 수많은 신들이 필요할 것이다. 가령 이신이 있으면 남신이 있어야 하고 아들 신이 있으면 딸 신이 있어야 하는 등 각 기능과 역할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신들이 무수히 생겨날 수 있다.
여자가 천하사를 하려고 염주를 딱딱거리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쳤나니 이는 장차 여자의 천지를 만들려 함이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되지 못할 것이요, 남녀동권 시대가 되게 하리라. 사람을 쓸 때에는 남녀 구별 없이 쓰리라. 앞세상에는 남녀가 모두 대장부(大丈夫)요, 대장부(大丈婦)이니라. 자고로 여자를 높이 받들고 추앙하는 일이 적었으나, 이 뒤로는 여자도 각기 닦은 바를 따라 공덕이 서고 금패(金牌)와 금상(金像)으로 존신(尊信)의 표를 세우게 되리라. 내 세상에는 여자의 치마폭 아래에서 도통이 나올 것이니라. (道典 2:53:1∼7)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인간 세상에 오실 때 당신님의 반려자, 아내를 함께 데리고 오셨다. 그 하나님의 아내를, 공식적인 호칭으로 머리 수 자, 지어미 부 자를 써서 수부(首婦)라고 한다. 또 수부를 인간과 천지간의 모든 신명의 어머니란 뜻으로도 해석한다. 한마디로 수부는 우주 통치자인 상제님의 반려자, 아내이자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다. 우주의 지존자로서 하늘과 땅과 인간과 신명의어머니, 큰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우리는 수부를 태모(太母)님이라 부른다. ‘수부’는 우주의 통치자 아버지 하나님을 부르는 본래 호칭인 ‘상제(上帝)’에 대응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을 부를 때 ‘상제님’과 ‘수부님’으로 불러야 한다. ‘아버지 상제님’, ‘어머니 수부님’이라고.
하나님은 천상에 두 분으로 계신다
‘상제님과 수부님은 억조창생의 부모로서 음양동덕이시다.’ 이 수부에 대한 생각이 바로잡혀야 우리의 신앙이 외짝 신앙, 단편신앙이 아닌 온전한 하나님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동안 선천에는 완전한 하나님 신관을 수립하지 못한 채 반쪽 신앙을 해왔다. 모든 종교에서 아버지만 찾았다. 신앙의 전 역사를 통틀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아버지 타령만 했다. 낳아주고 기르는 역할을 하시는, 신앙의 밑자리인 어머니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온 인류가 하나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시에 존재하신다는 걸 모른다. 우리 증산 상제님 진리권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하나님이 아버지 하나님, 어머니 하나님 두 분이 공존하신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는 것처럼 이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도 아버지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두 분이 계신다, 하나님은 두 분이라는 걸 깨우치게 된다. 다 함께 외쳐보자. “천상에 하나님은 두 분으로 계신다!” “아버지 하나님, 어머니 하나님 ,두 분이 공존하신다!” 이것이 머리에서 확 깨져야 된다. 여기서 선천종교의 외짝 신앙이 다 무너져야 된다. 어미 없는 자식이 어디 있나? 아버지 혼자서 무슨 공사를 벌이는가 말이다. 상제님께서도 김형렬 성도에게 “천지에 독음독양(獨陰獨陽)은 만사불성이니라. 내 일은 수부(首婦)가 들어야 되는 일이니, 네가 참으로 일을 하려거든 수부를 들여세우라.”(道典 6:34:2)고 하셨다. “독음독양이면 만사불성이다!” 이 말씀은 천지이법으로서 우리가 진리의 원 틀, 바탕, 근본을 바로잡고 올바른 신앙관, 올바른 하나님관을 세우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말씀이다. 이 우주가 하늘과 땅으로 조화 있게 음양 짝으로 구성이 되지 않으면 만물은 태어날 수가 없다. 어머니가 있음으로써 아버지란 말이 의미가 있듯이, 하늘은 땅이 있기 때문에 하늘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여자가 없는데 어떻게 남자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천지는 동시적으로 함께 있어 왔다. 땅이 있기 전에는 하늘은 하늘이 아니다. 그건 그냥 혼돈, 어둠, 무질서, 생명이 탄생되기 이전의 거대한 꿈을 품고 있는 혼몽의 우주, 잠자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깨어난 우주, 생명을 낳는 우주란, 천지 생명의 큰 부모이신 하늘과 땅이 열려 생장염장의 질서를 가지고 순환 변화하면서부터 태동된 것이며 이로써 생명의 역사,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인간 역사를 바탕으로 보면 신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이 우주를 다스리시는, 만신(萬神)과 인간 역사와 대자연계를 통치하시는 통치자로서의 하나님도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으로 공존하신다.
<증산도 안경전 종정님 말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