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기(氣)' 순환의 문제
최근 경제적 불황의 여파로 인해 주변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무언가 걸려서 꽉 막힌 느낌이 들며, 만성피로, 두통, 어깨결림, 소화불량, 주의집중력의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증상들과 함께 일정한 기간 동안 기분이 저조한 상태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든다, 모든 일상활동에 흥미가 없다, 이유없이 체중의 변화가 있다, 매일 불면이나 과다수면이 있다, 매일 정신운동의 초조나 지체가 나타난다, 매일 피로감을 느낀다, 매일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거나 죄책감을 가진다, 매일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를 보이고 우유부단해진다, 반복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자살계획을 가지고 있다 등의 증상 중 5개 혹은 그 이상의 증상들이 최소한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심각한 학업적, 직업적, 사회적 부적응과 고통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진단내릴 수 있다.한의학에서는 인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정(精)', '기(氣)', '신(神)', '혈(血)'이라 한다. 특히 이중에서도 '정', '기', '신'을 세 개의 보배라 하여 중요하게 여겼다. '기'는 음식과 호흡을 통해 생겨나고 전신을 순환하면서 인체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형성한다. 우리 조상들은 황당한 일을 당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가 막힌다'라는 표현을 하였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기가 막히는 현상이 생기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체(氣滯)'라고 한다. 평소 기의 순환이 좋지 않고 예민한 사람은 이 기체가 잘 생기게 된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기체가 발생하면 대표적인 증상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이 들거나 흉통, 두통, 항배통 등의 통증이 생기게 된다. 기가 막힌 현상이 오래 되면 막힌 기가 쌓이게 되는데 이를 '기울(氣鬱)'이라 한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 몸이 붓고 배가 벙벙하게 차오르게 된다. 아울러 소화가 잘 안 되고 항시 몸이 무겁고 피곤하며 자주 머리가 아프고 어깨나 등이 결리게 된다. 또한 붓는 것이 오래되면 살이 찌기도 한다. 전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수면상태가 좋지 않고 다음날 많이 붓는 사람은 기울이 심한 사람이다. 기울이 더 지속되거나 평소에 심장이나 간장에 화(火)가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화병(火病)'으로 진행된다. 옛날 사람들이 소위 울화병이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화병으로 진행되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몸이나 얼굴로 열이나 또는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며 급작스러운 화의 폭발 혹은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끼고 이유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증상도 동반하게 된다. 이러한 화병은 현대적 개념으로는 우울증, 불안장애, 노이로제, 신경성 질환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체, 기울, 화병은 모두 기의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병이며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막힌 기운을 뚫어주고 올라오는 화를 풀어주면 된다. 한의학에서는 "정신과 육체는 나눌 수 없는 하나"라는 이론에 입각하여 오장과 각 장기에 깃들인 정신관계를 중시하여 오장의 기능을 조절하고 강화하여 정신기능을 도와주며, 자율신경의 안정을 가져옴으로써 화병을 치료한다. 한약을 사용할 때에는 체질과 화병의 상태에 따라서 여러 처방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가령 열의 양상이 심한 경우, 분노의 정서가 심한 경우, 정신이 안정되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심한 경우, 불면증이나 소화장애가 심한 경우 등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또한 체질에 따라서는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화병에 각각 다른 처방이 사용되어진다. 또 다른 치료법으로는 침(약침, 봉침, 전침, 이침, 사암침 등), 뜸, 부항,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한방정신요법, 기공요법 등이 있다. 보통 한 가지 치료법만을 사용하기보다는 발병원인, 병증, 심리적, 환경적 요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여러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집필자: 우울/불안장애 휴 한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