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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법원, 지진 예고못한 과학자 등 7명에 실형…과학계 크게 반발

세덕 2012. 10. 23. 14:46

 

伊법원, 지진 예고못한 과학자 등 7명에 실형…과학계 크게 반발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 입력 2012.10.23 12:18 | 수정 2012.10.23 13:34

 

이탈리아 법원이 지진을 제대로 예고하지 못했다며 과학자와 공무원 등 7명에게 실형을 선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AFP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라퀼라 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국립 대재난 위원회(GRC) 소속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 대해 다중살인(multiple manslaughter)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재판 비용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 피해 복구와 보상비용 등으로 900만 유로(약 129억원)의 벌금형도 선고받았다. 특히 지난 9월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음에도 법원은 이보다 더 중하게 판결해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4월 이탈리아 중부 지방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이날 "불완전하고, 서투르고, 부적합한 정보를 제공해 형사법상 실수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지진으로 사망자가 309명, 이재민 6만명이 발생했으며, 도시는 폐허가 됐다.

대학교수와 지진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2009년 3월31일 회의에서 수개월에 걸쳐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됐던 중부지역 상황에 대해 "대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이들 중 일부는 "와인이나 한 잔 들이키면서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보도된 뒤 안심하고 피난가지 않았던 많은 주민들 상당수는 6일 후에 일어난 진도 6.3의 지진으로 사망하거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국립지질학연구소의 엔조 보쉬 소장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나는 지쳤다. 석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내가 기소됐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과학계도 과학이 재판의 대상이 된다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과학자들은 사전에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럽지구과학위원회의 지진학 분과 샤를로트 크라브지크(Krawczyk) 대표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지진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모든 과학에 대항하는 재판 결과"라며 "모든 과학자는 이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번 판결에 연루된 과학자들이 절대 감옥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최대한 강력한 성명으로 반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지질학 연구소 로저 뮈손 소장도 외신 인터뷰에서 "지진은 정확히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흑백 논리에 맞는 답만을 강요받는다면 사회는 패닉에 빠질 것이고, 결국 신뢰도도 추락할 것이다. 이번 재판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탈리아 검찰은 과학자들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지진 정보를 제공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11명의 원고를 대변하는 와니아 델라 비그나 변호사는 "이는 모든 희생자를 위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고 중에는 기숙사 붕괴로 사망한 이스라엘 유학생의 가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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