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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한다./전염병의 횡포

공공의 적, 바이러스의 습격

세덕 2013. 1. 16. 13:54

공공의 적, 바이러스의 습격



공공의 적, 바이러스의 습격

 

 2010-12-27 윤석원 대구일보 편집위원 겸 뷰 편집장

  

경인년의 끝자락, 대한민국은 바이러스의 동시다발 습격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돼 전국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구제역’을 비롯해 올해 첫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확진환자 발생, 국내 첫 슈퍼박테리아(세균) 감염환자 발생, 조류인플루엔자(AI) 검출 등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바이러스와 세균이 동시에 발병하는 것은 드문 사례인데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로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람에게 인플루엔자A와 슈퍼박테리아가 공포의 대상이라면, 가축들에게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급성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55%에 달하는 구제역의 경우 소와 돼지 등 가축의 무더기 살처분으로 이어져 축산농가의 엄청난 피해는 물론 축산기반마저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역사란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결과라는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인류의 삶은 언제나 많은 도전에 직면해왔다. 특히 역사적으로 가장 지속적이며 퇴치하기 어려운 도전은 아마도 질병과의 전쟁, 이 가운데에서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과의 싸움일 것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은 너무나 다양하다.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인플루엔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홍역, 소아마비, 간염 등이 있다. 일본뇌염, 유행성 출혈열, 광견병, 풍진 등도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비루스)는 세균보다 작아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되는 작은 입자로, 다른 생명체에 비해 늦은 1935년에 그 결정이 처음 발견됐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알아낸 이후 가장 성공을 거둔 싸움은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퇴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마’ 또는 ‘손님’이라고도 불린 천연두는 19세기 이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창시한 종두의 보급에 힘입어 100여 년 만인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천연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공표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신종, 혹은 변이가 일어난 새로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불행하게도 인류는 아직 신종 인플루엔자의 치료제 개발이나 질병발생 예측 분야에서 적지 않은 취약성을 보이며,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학계에서는 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A가 인류에 대한 바이러스의 선전포고라고 경고한다.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범세계적 팬데믹(pandemicㆍ대유행 전염병)으로는 1340년대 유럽 인구의 1/3인 2천500만 명을 희생시킨 흑사병, 1918년 유럽대륙에서 5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1968년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 독감’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에 따르면 사람에게 직접적인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경우 전 세계 인류 중 30%인 18억 명이 감염되고, 5천만~1억 명을 사망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팬데믹은 최근 바이러스의 유전적 분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유래됐음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2006년, 2008년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입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 시설은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3억 도스/년으로 극히 제한적이며, 생산 공장도 선진 10개국에 95%가 편중돼 있다. 이 때문에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백신 기술 및 생산 능력이 있는 국가만이 백신을 만들 수 있으며, 이들 국가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국 내 백신 생산 공장을 국영화해 백신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대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연구 및 생산과 함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예방 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2011년 말 완공 예정으로 대구시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내에 조성되는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세계적인 백신 연구 및 생산의 메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