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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한다./지구는 위기

소행성 충돌 대비, 검토된 지구 방위 시나리오

세덕 2013. 2. 18. 15:58

소행성 충돌 대비, 검토된 지구 방위 시나리오
[백병규의 글로벌 포커스] 직경 10여m 유성이 히로시마 원폭 30배…그렇다면 직경 100m짜리는?

15일 아침 러시아 중부 시베리아 첼랴빈스크 지역의 상공을 뒤흔든 유성체의 크기 등에 대한 평가가 달리 나오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대기권 진입 전 이 유성체의 무게를 10t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직경도 10m 안쪽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권 진입 속도는 초당 30km로 30~50km 고도에서 대기권과의 마찰로 산화되면서 강력한 에너지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이 유성체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기권 진입 전 이 유성체의 직경은 17m, 그 무게가 1만t 정도 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보다 1천배 더 무거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유성이 대기권에서 불덩이 현상을 보이며 방출한 에너지는 어림잡아 500kt(1kt은 TNT 1천t 폭발 때 나오는 에너지),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0개와 맘먹는 폭발력이다.

지구 주변에 위험한 외계물체 100만개? 

러시아 과학자들과 NASA의 분석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구에 쏟아지는 유성, 혹은 운석 충돌의 위험성과 파괴력을 새삼 재확인해 준 것이다. 만약 러시아 과학자들의 분석이 맞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10t 정도 크기의 유성이 이번과 같은 피해를 일으킬 수 있었다면 NASA가 추정한 1만t 크기의 유성이 지구를 ‘공습’했을 때의 피해는 얼마나 될 것인가? NASA 등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 공습 가능성이 있는 근거리 우주암석만 100만개 정도 된다.

이번 유성우로 큰 피해를 입은 러시아는 즉각 지구촌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트위터 글에서 “지구에 위험한 외계물체를 포착하고 제거를 위한 국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어느 나라도 운석이나 소행성 등 우주 물체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구촌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알렉세이 푸시코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구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이 아니라, 소행성 방어시스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BBC화면캡처
 

실제 소행성이나 유성의 지구 공습은 상존하는 위협요소다. 우주 공간은 텅 빈 곳이 아니다. 생각보다 무척 ‘분주’한 곳이다.  혜성과 소행성, 유성 등 교통량이 적지 않아 이런 저런 교통사고도 빈번하다. 대부분은 사소한 접촉사고여서 무시하고 넘어갈 만하다. 대기권이란 범퍼가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접촉사고라도 이번처럼 느닷없이 인명사고로 비화될 수 있다. 충돌 각도(유성 등의 대기권 입사각)와 속도, 그리고 무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예측하기도, 대비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촌은 나름 소행성 등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다. NASA의 ‘근거리외계물체(NEO:Near Earth Object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치와 궤적 등을 추적 감시하는 연구와 조사, 분석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NASA는 1998년부터 직경 1km 이상 크기의 NEO 파악에 나섰다. 2005년부터는 그 대상을 직경 140m 이상으로 확대했다. 2020년 까지 전체 대상 NEO의 90% 이상 파악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파악된 NEO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의 몇 사례만 보아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첼랴빈스크에 유성우가 떨어진 바로 그날, 지구를 진짜 위협했던 NEO가 있었다. ‘2012DA14’라고 하는 소행성이 지구를 간발의 차이로 비켜갔다. 직경 45m짜리 소행성이 지구를 2만7천km 차이로 지나간 것. 소행성 이름에 붙는 앞 숫자는 그것이 발견된 ‘연도’를 뜻한다. 수영장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했지만, 이를 발견한 것은 불과 1년도 안된다. 지난 1월에는 ‘2012BX34’라는 소행성이 지구에 6만5천km 접근한 바 있다. 이 소행성은 지구 통과 이틀 전에야 그 존재를 파악했다. 2008년 수단 상공에서 운석 파편을 떨어트린 80t짜리 유성은 불과 20시간 전에야 포착됐다.

ESA의 ‘돈키호테’가 지구를 구할까?

그동안의 통계에 따르면 직경 50ㅡ 이상의 유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100년 꼴에 한 번이다. 직경 1km 이상 유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몇 십만 년에 한 번꼴이다. 지구와 충돌해 백악기 말 공룡의 전멸을 몰고 온 것 유성의 크기는 10~15km 정도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직경 100m짜리 정도만 되도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유성 충돌 사태에 대비한 지구촌 차원의 대응 전략은 있는 것일까? 실현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몇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하나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아마겟돈>에 나오는 방식이다.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에 핵폭탄을 터트려 그 궤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조각내고 그 궤도를 변경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잘못될 경우 분리된 소행성 조각이 지구와 충돌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는 유럽우주기구(ESA:European Space Agency)가 고안한 ‘돈키호테’ 방식이 있다. 속도가 빠른 우주선으로 지구와 충돌하려는 소행성을 진행방향 뒤쪽에서 따라 잡아 우주선의 동력으로 그 궤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우주선에서 소행성 표면에 레이저를 쏘아 그 궤적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또 다른 획기적인 발상으로는 소행성 표면에 밝은 빛의 구체들을 쏘아서 광입자의 ‘반사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밝은 빛의 구체가 광입자를 반사하는 반사경의 역할을 하도록 하면 광입자의 지속적인 반사가 ‘반동의 힘’으로 작용해 그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디까지나 발상의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이런 방식이 유효할지 시험해보겠다는 구상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첼라빈스크의 아침 하늘을 붉게 태우면서 지축을 뒤흔든 유성우의 천둥과 번개는 ‘돈키호테’의 발상이 과학자들의 한가로운 상상속 일만이 아님을 실감시켜준 계기가 됐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