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신사문화, 강자 추종 정서, 집단주의 국민성…
진성조 임기 말을 앞둔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였다. 왜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반대하는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국민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일본의 신사(神社)문화를 통하여 그 배경을 알아보자.
일본의 자연환경 일본에는 산과 숲이 국토의 70% 정도로 많다. 그리고 잦은 지진과 화산폭발 때문에 크고 작은 재앙이 수시로 찾아온다. 이런 자연환경은 일본인들로 하여금 ‘변화에의 빠른 적응’을 하게 하였고, 또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다 보니 상황에따른 유동적인 선악관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환경의 대재앙을 항상 직면하고 살아야만 하는 슬픈 열도의 운명 때문이랄까, 일본인들은 지극히 현실편의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국민성을 형성한 신도 일본 국교인 신도(神道)의 신사(神社) 개수는 약 10만∼13만개 정도로 추정된다. 신사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대사, 신궁, 신사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가령 일본 국조신인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천조대신)를 안치한 이세 신궁과 메이지천황을 안치한 메이지신궁 등 큰 신궁을 비롯하여 신궁의 분점격인 작은 신사 등을 모두 합하여 통칭‘신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신사의 기원은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인기드라마 〈연개소문〉에 미실과 그의 딸 천관녀가 신라신궁의 사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신사의 기원은 신라 신궁’이라는 학설이 한국과 일본 학자들 논문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학설은 일본 최초 고대국가인 야마토 왕조 성립(4∼5경)을 전후한 어느 시기에, 일본에 건너간 일부의 신라계 이주민이 신라 신궁을 본떠 일본 신사를 최초로 세웠다고 주장한다. 신사에 모셔진 신들에 대해 알아보자. 씨신(氏神)이라 일컫는 조상신은 물론 역사상의 영웅들(풍신수길, 덕천가강 등), 또 그들의 소지품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일본은 바람, 태풍, 강, 호수 등의 자연신과 이생에서 살다가 죽은 인격신, 또 생존하는 인물까지도 신으로 모실 뿐 아니라, 인격신의 소지품마저도 신체(神體: 신령이 깃든 물체)로 모시고 참배하는 나라이다. 신체(神體)의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모시는 신(神)도 참으로 다양하여 맥아더,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신사도 있다고 한다. 그 신들을 모두 합쳐보면 무려 800만 종류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신들이 생겨난 데는, 신도가 종교라고 보기에는 너무 세속적일 정도로 현실 기복적 측면이 강해서이다. 그 정신적 바탕에는 일본들의 ‘현실적 필요’라는 세속적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신사 신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사업번창, 복덕개운, 학업성취, 합격필승, 기예상달, 남녀간 연분(연애성사), 부부화합, 자식점지, 교통안전, 액땜, 무병식재 등등 갖가지 삶의 욕망들이다. 일본인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하면 그 목적에 맞는 신사를 참배하여 기도한다. 일본인들은 현실적 필요에 따라 계속 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수호신을 만들어 신사를 건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사의 숫자는 자꾸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렇게 일본 신사문화(=신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들을 믿는 다신(多神) 종교라는 특징을 갖게 된 것이다.
일본의 신도는 현실적이며 세속적이다 일본 국민성의 특징도 이런 신도의 도덕관, 신앙관과 관련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변화에 민감하다. 많은 일본인들은 생명력이 강하고 겉보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은 선(善)의 상태이고, 생명력이 약하고 쇠퇴하며 불결한 것은 악(惡)의 상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도덕관념은 다분히 현실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강자에 순종하길 잘하는 일본인의 사무라이 근성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의미 오늘날 일본의 인구는 1억 3천만명에 육박한다. 그중 군국주의적 우익 세력은 약 10만 정도에 불과하다. 우익은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소수인 셈이다. 그런데 일본인의 국민성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강력한 우익 세력과 정치가들에게 일본 국민 다수가 끌려 다닐 위험성이 다분히 잠재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戰犯)을 비롯한 수많은 전몰 군인들을 위한 일종의 추도시설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신사에는 일본이 일으킨 세계대전의 전몰 장병들(조선인도 포함됨) 250만 위패와 더불어 세계대전 전범들이 가장 많이 안치되어 있다. 또한 신사 옆에는 대형 함포 등 각종 병기,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神風] 돌격대원의 동상, 전함 야마토의 특대형 포탄, 군마와 군견의 위령탑, 제로센[0戰] 전투기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 유물과 전범의 동상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전시되어 있다. 즉 야스쿠니 신사의 전시물들은 전쟁과 전투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어, 전쟁기념관인지 신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숱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전범(戰犯)들의 혼을 위로하고, 나아가 일본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주변국뿐 아니라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인의 신도에는 독특한 원령(怨靈)신앙이 있다. 원령신앙은 일본영화 ‘모노노께 히메(원령공주)’에 잘 나타난 바 있다. 야스쿠니 참배를 원령신앙으로 해석해 보면, 전쟁터에서 비정상적으로 죽어 원맺힌 영혼(원령)이 되면, 그가 살아있는 사람을 괴롭힐지도 모르니 그 원령을 위무(慰撫)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 전범들을 합사한 것에는 이러한 원령신앙 의식이 일부 잠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 대부분이 ‘평화헌법’을 지지하며 전쟁을 반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A급 전범(戰犯) 등이 모여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심정적으로 많은 이들이 동조하는 편이다. 더욱이 일본 총리의 공식적인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일본 전범에 대한 일종의 복권적 의미까지 담고 있어, 한국 북한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일본 재무장과 군국주의, 팽창주의의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현실적 강자를 추종하는 일본인들의 정서와, 국가전체의 향방에 따라 일순간 단합하는 일본인들의 집단주의는 때론 대단히 위험하게 발전할 수도 있다. 즉 상황이 바뀌면 다수의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국군주의의 부활과 재무장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일본의 극우세력에 동조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일본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재무장 속내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런 복잡미묘한 상황 속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2006년 8월 15일, 즉 일본의 패전일을 기하여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그리하여 한국 북한 중국 등이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향후 일본 극우세력의 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박규태, 『일본의 신사』 (살림, 2005) 박규태,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책세상, 2001) 나희라, 『신라의 국가제사』 (지식산업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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