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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명상/영혼의 세계

<차길진>영계에서 '천생연분' 만날 수 있어

세덕 2013. 5. 10. 13:55

<차길진>영계에서 '천생연분' 만날 수 있어
<차길진>영계에서 '천생연분' 만날 수 있어


 

천생연분이란 반드시 살아서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을 못한 채 죽은 남녀 영혼들도 영혼이 되어 사랑도 할 수 있고 원한다면 결혼도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영계에도 사랑만 하고 결혼은 하기 싫다는 커플들이 늘어나는 추세.

이른바 영계도 '동거커플'이 유행이다.


살아 있는 가족들은 영혼들의 연애 사실을 알 턱이 없다.

그저 결혼 못하고 죽은 것이 마음에 걸려 사찰과 무속인을 찾아다니며

하루 빨리 영혼결혼식을 올려주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영혼은 원하지 않은데 강제로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백이면 백 뒤탈이 생긴다.

원치 않는 결혼을 했으니 영혼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꿈에도 나타나보고 집안에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둔한 가족들은 '영혼결혼식까지 치러줬는데

또 무슨 한이 남았나'는 식으로 기도만 열심히 할 뿐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이런 커플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혼'이다.

산 사람만 이혼하는 줄 알았다면 큰 오해.

영혼들의 이혼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 믿을지 모르겠다.

세상이 변하면 영계도 변한다 --> (人事의 중요성) 이를 모르고 구식으로

영혼결혼식을 올려주려고 하니 영가들이 좋아할 턱이 없다.

특히 영혼들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배우자 영가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생전 연애 편력이 어땠는지 등을 알아내는 것은 아주 우스운 일이다.


힘들게 만난 만큼 영혼 커플은 산 사람보다 더 깊게 서로를 믿으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비록 몸은 없지만 몸이 있을 때보다 더욱 강렬하게 사랑도 나눈다.

이런 이유로 결혼보다는 연애 지향적인 영혼이 늘고 있어 예전보다 영혼결혼식을 올리는 일도 뜸해졌지만

종종 결혼식을 올려 달라 조르는 영혼도 있다.

그럴 때면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혼자서 식을 올려주곤 한다.

가족에게 알렸다가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아무리 영혼이라도 허락 없이는 결혼할 수 없다'며 죽은 사람 신원을 조사하고 혼수문제까지 거론하다

결국 결혼을 반대하는 바람에 영혼들 가슴에 상처만 안겨줬던 것.

이후 영가끼리 좋다고 하면 가족 없이 식을 올려주었지만 얼마 전 영혼결혼식은 조금 특별하게 진행됐다.


신랑 영가는 대학원생으로, 신부 영가는 여대생으로 각각 불의의 사고로 요절했다.

둘 다 내가 구명시식을 해 준 영가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서로의 구명시식에 구경하러 왔다가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됐다.

신랑 영가는 '어차피 영혼인데 결혼해서 무엇 하나, 그냥 같이 살자고 했다가 훗날 환생해서 다시 만나고 싶은 욕심에 결혼을 결정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선남선녀 커플이 결혼을 하겠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신랑영가는 가족들의 축복 하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지만 신부 측 아버지가 마음에 걸렸다.

워낙 딸을 사랑했던 아버지가 과연 영혼결혼식을 찬성할지 걱정이었던 것.

고민 끝에 연락을 했더니 다행히도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며 놀라워했다.

 

바로 전날 신부의 동생이 꿈을 꿨는데 언니가 잔칫집에서 자기를 부르며 너무나 기뻐하더라는 것.

힘들게 참석한 어머니 덕분에 영혼 커플은 바라던 대로 양가 축복을 받으며 결혼할 수 있었다.

그날은 1년 전 우연히 다른 영혼결혼식 하객이었던 분이 또 영혼결혼식 하객으로 자리하게 되는 기이한 일도 벌어졌다.

고운 종이로 만든 한복과 족두리, 예쁜 꽃신 등 특별히 준비한 예복은 신랑, 신부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여기에 '찔레꽃' 가락에 맞춰 사랑을 속삭이는 축하공연이 이어졌는데. 언젠가는 각각 다른 집 자식으로 환생할 이들 부부.

또 몇 십년동안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겠지만 다시 부부로 맺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