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극락에 있다 온 귀신 <실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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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에 있다 온 귀신 <실화>

세덕 2013. 5. 14. 12:33

극락에 있다 온 귀신 <실화>

극락에 있다 온 귀신 <실화>



무속인이 된다고, 내림굿을 하고 나서도 자신이 받은 신에 대한 확신이 없던 K는, 연구소에 찾아 왔을 때에도 그 동안의 고민에 지쳐있던 탓인지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말하는 데에도 자신감이 없었고, 안색은 어두웠으며,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 자세조차도 구부정해서, 내면의 고민이 그의 외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민은 문제를 낳기 마련이었다.
그는 자신이 왜 그런 어려운 삶을 살게 됐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부터 궁금해했다.
신내림을 받았음에도 앞이 보이질 않고, 희망이 보이질 않았다. 누가 자신을 도와주는지 알질 못해 찾아오는 사람에게도 뚜렷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불안했다. 무속인의 길에 들어섰음에도 확실한 제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 못내 답답했다.
기도를 할 때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도 양손을 문지르며 한없이 빌고, 비는 가 싶으면 박수를 치며 울고 웃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밤마다 기도를 할 때 온 몸이 달아오르는데, 그 열기가 100。C 가 넘는 것처럼 뜨겁게 느껴지는 게 태반이었다.

그 현상들이 무엇인지 몰라 계속 불안해했다고 한다.
고민을 말하며 다시 불안정해 보이는 그를 진정시키며 최면에 들어갔다.

■ 빙의령 확인기법을 통해 영가를불러냈다.
□ 몸이 흔들려요. (그가 미세하게 몸을 떨기 시작한다.) 가슴 쪽에 시커먼 그림자 같은 것이 느껴져요.
■ 자신이 기도할 때 빌게 하거나, 혹은 박수를 치게 하는 게 누구인가요? 알아낼 수 있어요.
□ 희미한 게 보여요. 할머니 같아요. 보였다가, 이제 또 안보여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 내가 직접 할머니한테 물어볼게요. 지금 어디세요?

지금까지 아무런 확신도 가지고 있지 않던 그 남자가 반응을 보였다.
갑작스레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마구 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 답답해! 답답해!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이상한 말투로 변해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오른손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필자는 그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 누구세요? 왜 답답하세요! 혹시 친할머니 세요?
□ 친할머니지! 답답해서 그래! (여전히 가슴을 친다.) 가르쳐 줘도 몰라!

처음에는 오른 손으로 가슴을 치더니, 이젠 양손으로 가슴이며 온 몸을 털어 내기 시작했다. 그는 상체와 하체를 쓸 듯이 털어 내더니, 얼굴까지 털어 내기 시작했다.

■ 할머니, 왜 그러세요?
□ 잡신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헛 신들이 자꾸 왔다 갔다 해. (그는 계속 몸을 사정없이 털어 냈다. 그 반응이 너무 격렬해 걱정이 될 정도였다.)
■ 잡신이 뭐가 있어요?
□ 헛 신들이 왔다 갔다 해. 못 오게 해야 되는데 애가 대가 약해서 방해꾼들이 자꾸 훼방을 놓네.(그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 몸을 털어 댔다.)
■ 왜 손자가 기도할 때 항상 비는 행동을 하나요?
□ 내가 전생에 업이 많아서 비는 거지. 부처님께도 빌고, 천지신명께도 빌어야지. 내가 얘좀 살리려고 비는 거야.
■ 그럼 왜 빌다가 박수는 치는 겁니까?
□ 그건 할아버지 신들이 와서 치는 거지. 증조부, 고조부들이 와서 도와주겠다고, 애 신명나게 박수를 치는 거지. 내가 부른 거야.
■ 할머니. 손자가 정말 힘들어해요. 찾아오는 사람들도 훤히 꿰뚫어서 고민하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아는 게 없데요.
□ 얘는 다 알아. 제 놈이 앉아서 천리 만리 알려고 하는 게 문제지. 다 일러줘야 되고 제놈이 TV 보듯이 훤히 다 보여야 되는 줄 알아. 제 놈도 기도를 하는데 모를 리가 있어. 답답해!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이제 얼마 있으면 다 소원대로 되지~ 나도 도와주고. 5대조 할아버지도, 다른 할머니들도 다 이놈 예쁘다고 해.
■ 할머니 전생에 업이 많으시다니까 손자 잘 도와주시려면 할머니 업도 잘 아셔야 되요. 할머니 전생으로 갈 겁니다. 할머니 생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전생으로 갈게요. 할머니 전생으로 왔습니다. 여기가 어디예요?
□ (고개를 젓는다.) 몰라요.
■ 주변이 어때요?
□ 캄캄해요. 불빛이 들어와요. 밝은 빛이.
■ 옷은요?
□ (고개를 다시 가로젓는다.) 머리가 멍해요. 빛만 들어오고. (계속 고개를 젓는다.) 극락... 세계 같은데. 극락 이예요.

그는 확신이 선다는 듯이 말했다.

■ 할머니. 그러면 극락세계에서 어떻게 다시 오셨는지 알아볼 거예요. 중요한 사건이 있는곳으로 가세요!
□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요.
■ 극락세계에 있다가 왜 내려 오셨어요?
□ 손자 놈 살리려고 왔어요.
■ 그런데 무슨 업이 그렇게 많으세요. 왜 그렇게 비세요.
□ 생전에 며느리한테 시집살이도, 못할 일도 많이 시켰어요. 고생 많이 시켰지.
■ 아들은요?
□ (고개를 젓는다.) 어찌 다 말하나. 엉뚱한 짓만 하고 다녀서 며느리가 고생을 수도 없이 했지.
■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어요?
□ 예순에.
■ 극락으로 가셨어요?
□ 그랬지.
■ 거기 있다가 왜 오신 거예요?
□ 자식놈 살리려고 왔지. 불쌍하니까 잘 되게 해 달라고. 살려 달라고.
■ 손자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요?
□ 기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면 이제부터는 제 소원 다 이뤄!

이젠 K로 하여금 할머니와 대화할 시간을 줘야 했다. 불확실해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은 그로 인해 씻을 듯이 없어질게 분명했다.

■ 할머니한테 말씀 해 보세요. 하고 싶은 말 없어요?
□ 네, 할머니. 도와주세요. 착하게 열심히 살거예요. 훌륭한 제자 되서 어려운 사람들 많이 도와줄 거예요. 그러니까 저도 도와주세요. 할아버지 할머니.
■ 할머니가 뭐라고 하세요?
□ 도와 준다고 하세요. 모르니까 답답하시데요. (다시 가슴을 친다.) (그러더니 다시 할머니 말투가 들린다.) 제놈이 답답하니 나도 답답하지.
■ 할머니, 그럼 왜 기도할 때마다 열이 올라요?
□ 그게 얘가 가까워 진 시기가 왔다는 얘기야. 영계와 맞닿는 시기가 다가 왔다는 거지. 그게 터지면 되는데 깨닫지는 못하고! (할머니가 혀를 찬다.)

이제 모든 궁금증은 풀렸다. 그가 궁금해하는 것들은 그의 안에 들어 계시는 할머니가 모두 대답해 주셨다.
이제 최면을 마무리지을 때가 되었다.

■ 자. 이제 알았어요? 어디 몸이 아픈데는 없어요?
□ 없어요.
■ 할머니가 극락에서 있다가 오셔서, 본인에게 와도 몸이 아프진 않을 거예요. 기도를 좀 더 열심히 하세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시잖아요.

상담을 마친후 그는 후련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듯이 미소를 띄고 있었다.

다른 것은 더 이상 언급할 여지가 없었다.
궁금했던 일들도 모두 알았고 할머니와 직접 말도 했다. 많은 조상신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에게도 무속인으로서의 확신이 선다고 했다.
손자를 사랑하셔서, 그 손자가 불쌍하게 사는걸 차마 볼 수 가 없어, 영계에서 더없이 편안하다는 극락을 마다하고 손자에게 오신 할머니가 차마 나쁜 일을 할 리가 없다.
대대로 조상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시며 손자가 잘 되길 비시지만, 그런 손자가 기대에 못 미치자 그 방편으로 울게도 하시고, 빌게도 하시고, 박수치며 춤추게도 하시는 것이야 말로,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안 K는 그야말로 그의 몸 안에 깃들어 있고, 그를 위해 극락도 싫다하시며 들어와 계신 조상할머니, 할아버지께 더없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분들의 뜻을 최면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조차도 알게 되자 더없이 가벼운 마음인 듯 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의 불안도 불확신도 없다.
그를 지켜주는 조상님 들의 배려 아래, 누구보다도 어려운 사람들을 구하는데 앞장 설 것이고 열심일 것이다.
상담을 마친 후에 돌아가며 웃는 그의 모습이 필자에게도 한결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