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안중근의사>'식민통치 정당화·회귀' 본색 드러낸 日 본문

역사 이야기/잊혀진 역사

<안중근의사>'식민통치 정당화·회귀' 본색 드러낸 日

세덕 2013. 11. 20. 15:33

<안중근의사>'식민통치 정당화·회귀' 본색 드러낸 日

<안중근의사>'식민통치 정당화·회귀' 본색 드러낸 日

 

 

 

 日장관 “안중근은 범죄자” 겉으론 “역대 내각 계승” 무라야마 담화 등 부정

 

일본 정부가 19일 안중근 의사를 '범죄인'으로 규정한 것은 일제식민통치시대를 정당·합법화하고 그때로의 회귀(回歸) 심리를 드러낸 몰역사적 인식으로 분석된다. 이는 1995년 태평양전쟁 당시의 식민지배를 반성하는 무라야마(村山) 담화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겉으로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심에는 무라야마 담화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도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고, 일본이 미국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를 문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 추진에 대해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면 비판하고 나선 이유다.

스가 장관은 이 과정에서 왜곡된 역사인식에 입각한 '막말'을 쏟아냈다. 안 의사를 '범죄인'이라고 지칭한 데 이어 "일본은 그동안 안중근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왔고 일본의 주장을 분명히 한국에 전달하겠다"고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양제츠(楊潔) 중국 국무위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까지 문제 삼았다.

이는 상대국 정상의 정당한 외교활동까지 문제 삼는 '외교결례'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또 스가 장관은 이날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대단한 유감"이라고 강력 반발하자 곧바로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을 "과잉 반응"이라고 폄훼했다. 일본 NHK는 박 대통령이 중국과 연대를 강화해 일본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내에서 안 의사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건국의 아버지'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이 안 의사를 범죄자로까지 표현하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스가 장관의 발언이 아베 내각의 '자학사관' 탈피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무라야마 담화의 기본 정신을 부인하고, 식민지배·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놓여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침략'이라는 표현에 대해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침략 사실을 부인한 게 대표적이다.

아베 총리는 3월에도 태평양전쟁 전범을 처벌한 극동국제군사재판에 대해 "승자의 판단에 의한 단죄"라며 전쟁 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일본의 잇단 망언으로 1년여 냉각기를 거쳐 모처럼 최근 재가동에 들어간 한·일 간 안보협력 대화 채널도 다시 닫힐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