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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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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세덕 2014. 5. 7. 06:38

 

<우크라이나 사태>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시위대 간 대규모 유혈 사태가 잇따르면서 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5일(현지시간) 동부도시 슬로뱐스크에서 시위대 진압 도중 정부군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부군 헬기 Mi-24 1대도 격추됐다. 시위대 측도 3명이 총격을 받아 숨졌으며 동북부 세메니프카 지역에서도 교전으로 5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이날 최소 8명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2일에는 남부도시 오데사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축출 이후 가장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친정부 측과 친러시아 시위대가 맞붙어 하루 사이 46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후 진압 수위를 낮춰오다 이날 슬로뱐스크 시내를 급습, 유혈 사태가 재발했다.

지난달 17일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간 제네바회담 후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이 완화되기는커녕 곳곳이 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흘간 50여명이 숨지는 등 내전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비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는 9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은 나치 독일이 소비에트연방(소련)에 항복한 '승전 기념일'로 옛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계산에서다. 알렉산드로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TV에 나와 "친러시아 시위대가 곳곳에서 궐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폭력 사태에 대비해 수도 키예프에도 군 병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동부와 남부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즉각 정부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러시아는 접경지역에서 군사 훈련도 지속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친러시아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고, 시위대는 자신들을 진압하는 정부군에 '극우주의자'라고 삿대질하고 있다. 지난 제네바회담에서 정부군은 군대를 철수하고 시위대는 점거를 풀기로 합의했지만 양측 누구도 먼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친러시아 시위대 측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예정대로 11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독일 등 서방국은 2차 제네바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나섰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전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끝내기 위해 또 한 번의 제네바회담을 열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AFP통신에 자신이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번 힘을 잃은 외교적 해결이 또다시 통할지는 미지수다. 토니 브렌튼 전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점점 내전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위기를 종식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이 없다면 전망은 암울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 철수 경고를 거듭하는 것은 추후 군사 개입 명분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