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이 어제 전격 폐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 동물 실험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동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에 걸렸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21명이 국가지정격리병동에 입원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SBS 보도국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동찬 기자?
▶ 조동찬 SBS 의학전문 기자: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조동찬 SBS 의학전문 기자:
지난 22일 그러니까 지난주 수요일이었습니다. 건국대학교 동물실험과학대학 소속 연구원 4명이 같은 캠퍼스 내에 건국대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20대의 젊은 연령층이었고요. 평소 건강한 청년들이었죠. 그런데 유독 열이 나고 근육통 그리고 기침할 때 피가 섞여 나오는 증세로 병원에 왔는데요. 의료진에 따르면 기본적인 피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했는데 피 검사에서는 염증 반응 소견이 있었고요.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폐렴 소견이 있었습니다. 폐렴이 진단되면 입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입원 시켜놓고 좀 더 정밀하게 검사를 진행했는데요.
이 폐렴 환자들의 폐렴 양상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비전형적 폐렴이라고 하는데요. 같은 연령대에 같은 대학 소속의 연구원이 같은 시기에 폐렴에 걸렸는데 이 폐렴이 알 수 없는 그동안 못 봐왔던 폐렴이었던 거죠. 이들은 모두 소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연구원이었고요. 증세가 시작된 시기가 병원을 오기 나흘 전인 지난 18일 즈음으로 동일하게 같았습니다.
이런 걸 모두 확인한 게 지난 월요일인 26일이었습니다. 이때부터 건국대 의료진은 바빠지기 시작했는데요. 먼저 환자를 일반 환자와 격리하고 의료진에게는 감염을 차단하는 D레벨의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에 이와 관련한 신고를 했고요. 질병관리본부는 즉각 역학조사관을 건국대병원에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이틀 동안 조사를 해보니까 동물실험의 연구원 중에서 17명이나 더 같은 증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모두 21명이 보기 드물면서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폐렴에 걸린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의료진은 어떤 병을 의심하고 있습니까?
▶ 조동찬 SBS 의학전문 기자:
이들이 동물을 다루는 수의학 연구관이었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그 다음에 인접한 세 개 실험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특징이 있어서 인수 공통 감염병 그러니까 동물과 사람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질환을 의심했습니다. 먼저 동물 독감. 조류 독감이나 돼지 독감, 소 독감 같은 동물 독감을 의심했고요. 두 번째로 브루셀라증이라는 병을 의심했습니다.
브루셀라증은 브루셀라라는 세균에 감염된 소나 돼지의 고기를 먹거나 우유를 마시고 아니면 근처에서 브루셀라균을 흡입했을 때 감염되는 질병인데요. 그리고 세 번째는 콕시엘라 브루네티라는 세균에 감염된 소로부터 옮는 큐열이라는 질병이 있는데 이걸 세 번째로 의심했습니다. 모두 우리에게는 생소한 감염병이죠. 건국대 의료진은 이 중에서 브루셀라증이 가장 의심된다고 저희 취재진에게 밝혔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하면요. 조류 독감이나 소 독감 같은 동물 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된 예는 아직 우리나라 전체 내에서는 한 번도 없었고요. 큐열도 많이 드뭅니다.
1년에 10건 내거든요. 하지만 브루셀라증은 우리나라에서 2002년 첫 환자가 발생했고 그 이후에 해마다 수십 명씩 있었고요. 지난 2013년까지 703명이나 감염됐습니다. 세 질병 모두 드물긴 한데 동물 독감과 큐열은 거의 없다시피 했었고 브루셀라증은 그나마 있었으니까 지금 상태에서는 브루셀라증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그런 논리였죠. 그런데 브루셀라증은 잘 낫고요. 사람 사이에 전염력이 매우 낮습니다
. 그러니까 원인 모를 폐렴의 진짜 원인이 브루셀라라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 거죠. 그런데 그렇게 전염력이 낮다면 며칠 사이에 21명이나 감염되는 일이 벌어지긴 어렵겠죠. 이게 질병관리본부가 어제 오후에 내린 판단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간병원에 입원하고 있거나 집안에 자택 격리 중인 환자 21명을 모두 국립의료원 같은 국가지정감염병원에 음압 병실이나 격리 병동에 입원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21명의 환자가 국가지정병원에 옮기는 게 완료가 됐는데요. 사실 보건당국은 어떤 질병이 의심되는지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내려진 조치를 보면 만에 하나 전염력이 높으면서 치명률 까지 높은 인수 공통 감염병 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게 가장 걱정되는 건가요?
▶ 조동찬 SBS 의학전문 기자:
이런 경우는 폐렴의 원인을 밝혀내기가 사실 쉽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심했던 브루셀라증이나 큐열 같은 경우에는 진단법이 있어서 이게 맞다면 오늘 오전 중으로 발표가 있을 거고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뉴스를 통해서 아실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예상했던 질병이 아니면 그때는 수많은 폐렴의 원인균이나 바이러스를 그냥 하나하나씩 검사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런다 해도 밝혀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물론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21명이 모두 회복하고요.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건 다행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 중국을 강타한 조류독감 H7N9형이라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지금까지 679명이 감염돼서 그 중에 275명이 사망한 아주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인데 지난 14일이었죠. 중국 보건당국은 2명의 중국인이 올 가을 들어 이 H7N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습니다. 여름에 잠잠하다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도 있는 단초가 될까봐 중국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아직 H7N9 환자가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중국과 많은 교류가 있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 H7N9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데 보건당국도 설령 가능성이 낮더라도 이런 위험한 경우까지 고려해서 가장 강력한 강도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연구원은 그런 동물독감 바이러스 같은 것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건 H5N1이지만 혹시 H7N9도 연구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 이런 가능성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 오늘 아침까지는 명확한 입장 명확한 결과를 아직 발표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환자들의 상태 궁금하신 분들 많으실 것 같은데요. 아직은 폐렴 소견에 다른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나마 다행이네요.
▶ 조동찬 SBS 의학전문 기자:
이와 관련된 소식들은 저희가 SBS 뉴스를 통해서 계속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잘 들었습니다.
▶ 조동찬 SBS 의학전문 기자: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SBS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였습니다.
▶ 건대 동물과학대 집단폐렴에 "초기대응 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