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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남극빙하>대재앙의 예고-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남극 빙하 본문

세상이 변한다./지구는 위기

<지구온난화,남극빙하>대재앙의 예고-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남극 빙하

세덕 2016. 9. 6. 10:01

<지구온난화,남극빙하>대재앙의 예고-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남극 빙하

<지구온난화,남극빙하>대재앙의 예고-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남극 빙하



남극 빙하 남한 절반 크기 '라르센 C' 빙붕 급속 균열..

지구상의 얼음 90%가 밀집돼 있는 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어떻게 될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남극 얼음이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57m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 대도시들이 해수면으로부터 10m 높이 이하의 저지대에 조성돼 있는 만큼 현 인류 문명은 사라지게 된다. 높은 산봉우리만 군데군데 섬처럼 남게 될 뿐이다. 지구 얼음은 남극이 약 90%, 북극이 10%가량 차지한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얼음은 1%가 안 된다. 지구가 마지막 빙하기를 벗어난 1만2000년 전 북극에서 떨어져나온 빙산들은 대서양으로 떠내려왔다. 조각난 빙산들이 녹으면서 당시 해수면이 매년 1m씩 상승했다. 북극에서 이처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때 남극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런 남극이 20세기 들어 녹기 시작했다. 인류의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남극의 변화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건은 남극의 10%를 차지하는 큰 얼음 덩어리들이 붕괴되는 ‘빙붕(ice shelf) 소실’이다. 빙붕은 남극 대륙을 덮고 있는 빙상 가운데 바다와 맞닿은 끝부분의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2002년 3월 남극 북서쪽 웨들해의 빙붕 라르센 B가 수천 조각으로 갈라지며 붕괴된 모습.
미 항공우주구(NASA) 홈페이지 캡쳐

남극 북서쪽 웨들해의 라르센 지역에 있는 빙붕 ‘라르센 A’는 1995년 1월 붕괴됐고, ‘라르센 B’는 남극의 겨울 기온이 상승하면서 2002년 2월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라르센 B의 면적은 1995년 1만1512㎢에서 2002년 2월 6634㎢로, 2002년 3월에는 한 달 만에 3464㎢로 반토막 났다. 라르센 B의 현재 크기는 1600㎢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이 빙붕이 완전히 소실될 것으로 전망했다.

 
남극 대륙에서 네번째로 큰 빙붕 라르센C의 위성 사진으로, 지난 3월 빨간선까지 이어졌던 빙붕 균열이 8월 초 노란선까지 확대됐다.
워싱턴 포스트 캡쳐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남극탐사팀 ‘프로젝트 미다스’(이하 미다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남극 대륙에서 4번째로 큰 ‘라르센 C’에 생긴 균열이 빠른 속도로 커지며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르센 C는 라르센 지역의 가장 안쪽에 있는 빙붕으로 과학자들은 “라르센 C의 소실은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다스에 따르면 라르센 C의 균열은 2011∼2015년 30㎞, 지난 3월 22㎞가량 더 커지며 현재 총 130㎞에 이르게 됐다. 이 빙붕의 크기는 5만5000㎢로 남한 면적의 절반에 달한다. 미다스 연구진은 “라르센 C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시간의 문제가 됐다”며 “이로 인해 지구 해수면이 10cm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빙붕 붕괴가 즉각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조각난 얼음이 여전히 바다에 떠있기 때문이다. 빙붕이 수천개의 빙산으로 쪼개지면 이 덩어리들이 바다를 떠돌다가 난류를 만나 녹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해수면이 상승한다.

빙붕 소실의 재앙은 이뿐만이 아니다. 빙붕 크기만큼의 물만 바다로 유입되는 게 아니라 대륙을 덮고 있는 빙상의 해빙 속도를 촉진하게 된다. 바다와 맞닿은 얼음 덩어리인 빙붕은 남극 대륙으로 접근하는 난류의 흐름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NASA는 “빙붕이 사라져 해수면과 접촉하는 얼음 면적이 늘어나면 나머지 부분의 붕괴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남극에서는 1990년대 들어 라슨 A·B, 존슨, 워디, 뮬러, 월킨스 등 6개 빙붕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빙하학자인 데이비드 본 박사는 “가장 안정된 빙붕 중 하나로 꼽혔던 월킨슨의 얼음다리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며 “이로 인해 샤르코섬과 래터디섬 사이의 얼음들이 바다로 더 빨리 이동해 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키리바시, 몰디브 등 섬나라와 알래스카 도서 지역 등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재앙은 이제 ‘그들만의 사정’이 아니다. IPCC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100년쯤 해수면이 1m가량 상승할으로 추정했다. 지구 해수면은 20세기 들어 연평균 1.7㎜씩 상승하다가 1993년부터 상승폭이 3.2㎜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081년쯤에는 훨씬 빠른 연평균 16㎜씩 상승할 것으로 IPCC는 전망했다. 이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방치하면 100년 뒤 서울에 바닷물이 들이닥치게 될 수 있다.

이에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응은 달라졌다.

세계 인구의 5%로 지구 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은 2005년 발효됐던 기후변화협정인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전 세계 195개국이 체결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하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규모의 40%를 차지하는 미·중의 참여로 협약 발효 기준인 55%를 연내 달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혼자 할 수 없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