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천연두>천연두 공포가 다시 고개 든다.Confronting Smallpox 본문

세상이 변한다./전염병의 횡포

<천연두>천연두 공포가 다시 고개 든다.Confronting Smallpox

세덕 2017. 1. 16. 11:10

<천연두>천연두 공포가 다시 고개 든다.Confronting Smallpox

<천연두>천연두 공포가 다시 고개 든다.Confronting Smallpox



치명적인 천연두 바이러스의 박멸은 현대 과학의 놀라운 성취 중 하나다. 온몸을 농포(膿疱)로 뒤덮어 가려움과 함께 분비물이 나오게 하는 그 역겨운 질병은 생존자조차도 맹인이나 불구로 만들기 일쑤다.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 수는 1880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그 질병이 “박멸됐다”고 선언한 1980년까지 5억명에 이른다. 인간이 천연두와의 싸움에서 거둔 승리는 인체의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천연두 바이러스 자체와 유사한 백신은 독성이 약하긴 해도 여전히 위험하다. 천연두 백신은 80년대 초 이후론 널리 사용되지 않았으나 바이오 테러리즘의 위협이 대두되면서 다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월 13일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미군들에게 백신 접종을 명령했다. 또 그는 우선적으로 의료 종사자나 구급요원에게, 또 결국엔 미국 국민 모두에게 예방 접종을 명령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천연두 백신 접종 자체가 테러리즘의 위협보다 더 큰 위험을 제기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 문제는 앞으로 보건당국이 몇달간 씨름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며, 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백신 공급 방법인지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80년대와 90년대 옛 소련의 군사실험실에 보존돼 있었고, 지금까지 그 규모와 보관 위치 등은 한번도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 샘플들이 테러리스트의 수중에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라크도 비밀리에 샘플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진짜 위험은 천연두 백신 자체에서 나온다. 美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천연두 백신을 처음 맞은 사람들 중 뇌염이나 전신성 종두증(種痘症)·피부 발진(發疹) 등 치명적인 부작용은 1백만명당 15명꼴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예방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그같은 딜레마를 인정했다. 이를테면 그는 “천연두 백신에 내재된 건강상의 위협”을 들어 일반 대중에겐 접종을 명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는 2004년까지는 접종을 원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실 정기적인 천연두 예방 접종은 백신 사용이 중단된 20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위험할지 모른다. 요즘은 에이즈·화학요법·장기이식 등이 잦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 처했고, 그들이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위험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천연두 백신 사용과 관련된 논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보건 전문가는 바로 도널드 밀라 및 마이클 레인 박사다. 그들은 69년 당시 천연두 예방 접종에 관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에선 더이상 예방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도 천연두가 48년 이후 미국에서 발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론 수천명의 아동들이 천연두 백신의 부작용으로 고통받았고, 그 부작용으로 인해 1백만명당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박사는 미국의 권위있는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서 “천연두 예방 접종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았을 때의 이점은…이젠 더이상 그로 인한 위험을 능가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나 이제 두 사람은 더이상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우선 밀라는 미국인의 상실된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평화시에 자발적인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그의 접근 방법은 백신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평화시에는 보건 담당자들이 사람들을 접종하기 전에 면밀히 검사할 여유가 있으며 부작용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 철저히 보살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만이 미리 백신 접종을 받더라도 천연두에 걸려 그것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 수가 그만큼 줄기 때문에 전 국민이 그만큼 더 안전해질 수 있다. 보스턴大 공중보건대학원의 빌 비크넬 박사는 “우리는 공항 안전에 수백만달러를 지출하지만 천연두에는 훨씬 더 적은 돈을 들이고도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1백% 현실화한다는 보장도 없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그토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레인은 아직도 공격 후 대응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미국 정부가 새로 마련한 ‘천연두 예방 접종 임상 가이드’에 따르면 州·市 정부는 위기시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을 검사하고 상담 후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신속히 문을 열 수 있는 병원을 확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그것이 ‘실현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천연두는 7∼17일 간의 잠복기 동안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지 않으며 설령 감염된 경우일지라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접종을 받으면 심각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예일大의 보건 전문가 에드워드 카플란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그토록 신속하게 예방 접종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천연두 백신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미국 정부는 현재 종두증에 면역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천연두 백신의 부작용을 줄여줄 수 있는 종두면역글로블린을 비축 중이다. 동시에 미국은 전혀 새로운 천연두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MVA로 알려진 약화된 종두증 변종을 이용해 제조하는 이같은 제3세대 백신 중 가장 유망한 것은 이미 유전자 요법과 에이즈 백신 실험에서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그 백신은 지극히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도 잘 견뎌낸다).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MVA의 안전성이 일단 확인되고 나면 연구자들은 천연두에 대한 효험 테스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백신이 적어도 수십년 전에 천연두 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면역력을 강화해줄 것으로 믿는다. 과학자들이 MVA처럼 안전하면서도 70년대 천연두를 박멸한 백신만큼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할 때만이 사람들은 부작용에 대한 걱정없이 기꺼이 접종 주사를 맞으려 들 것이다. 만약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어떤 계획이 발표되더라도 인명을 앗아갈지 모를 힘든 선택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할 것 같다.


GEOFFREY COWLEY, ADAM PIORE 기자

뉴스위크 2002-12-27

With ANNE UNDERWOOD,

DEBRA ROSENBERG, TAMARA LIPPER, MARY CARMICHAEL, DAVID NOONAN, KAREN SPRINGEN, KAREN BRESLAU, ANDREW MURR and ANNE BELLI GESAL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