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천연두>천연두의 별칭과 전통문화 본문

세상이 변한다./전염병의 횡포

<천연두>천연두의 별칭과 전통문화

세덕 2017. 5. 23. 11:33

<천연두>천연두의 별칭과 전통문화

<천연두>천연두의 별칭과 전통문화



우리들이 흔히 쓰는 말에 ‘학을 떼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엄청 고생했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학질(말라리아)귀신을 몸에서 떼어낸다는 말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병을 귀신[病鬼]의 소행이라 여기는 흔적의 말들이 남아있다. 옛적에는 병이란 사람들이 자연의 흐름을 거역해서, 부도덕해서, 죄가 많아서, 업장이 많아서, 원한이 누적되어서, 살기를 받아서 생기거나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응징 또는 나쁜 신이 부리는 심술 등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천연두나 페스트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하늘이 인간에게 내리는 형벌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이런 생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아 에이즈를 가르켜 ‘인간을 징벌하기 위해 신이 내린 병’이라고 하기도 하며, 광우병을 ‘자연의 순리를 어긴 인간의 욕망에 대한 신의 경고’로 해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신을 달래고 노여움을 풀어서 병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존재했으며, 병을 예방하거나 걸리지 않기 위하여 부적을 붙이거나 호신구를 지니는 방법도 사용하였다. 이런 옛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전통문화 속의 천연두의 명칭에 대해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 수두는 “작은 손님”, 천연두는 “큰손님”

옛날에 천연두를 ‘큰손님’ 수두를 ‘작은 손님’이라고 불렀다. 손님이라는 표현에는 질병을 높여 부르는 동시에 질병을 옮기는 신이 손님처럼 돌아다닌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천연두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손님처럼 전염성이 강한 까닭에 ‘호구마마’ ‘손님마마’ 또는 ‘역신마마’ ‘별성마마’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줄어서 그냥 마마가 된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천연두를 ‘큰마마’ ‘손님마마’ ‘큰마누래’, 수두를 ‘작은마마’ ‘작은 마누래’라고 한다. 수두가 작은 손님, 천연두가 큰손님이면 순서적으로 수두 다음에 천연두가 온다는 것일까?


▶ 마마는 왕과 그 가족들에게 붙이던 극존칭

천연두의 여러 이름 중 마마는 조금 특이하다. 마마는 조선시대에 상감마마 중전마마 대비마마처럼 왕과 그 가족들의 칭호 밑에 붙어 혼용되어 쓰이던 최상의 극존칭이었으며 후기에 들어서는 세자빈을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다가 늙은 부인 또는 아내를 가리키는 ‘마누라’ ‘마누래’ 등의 낮춤말로 바뀌게 된 것은 조선 왕조기가 쇠퇴하면서 봉건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종이품과 정삼품을 이르던 영감이라는 말이 나이 먹은 노인을 가리키는 말로 변해왔듯이 계급사회의 몰락과 함께 ‘마마’ 라는 말도 점차 그 의미가 변형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최상의 극존칭이 사람을 공포에 떨게하며 죽음으로 몰고가는 병에 붙여진 것일까? 단순히 병을 옮기는 신에게 높임말을 씀으로서 신의 노여움을 덜자는 주술적 사고에서 생긴 것인가? 아니면 천연두신의 지위와 힘이 왕족처럼 높고 권능이 세다는 것인가?


▶ 마마의 별칭, ‘강남서신’

통영오광대 놀이에 곰보양반(兩班)이 등장하는데 곰보양반은 마마신, 즉 천연두신의 탈을 쓰고 나온다 하여 ‘손님탈’이라고도 한다. 흰바탕에 검은 점을 찍어 곰보를 표시한다. 붉은 색 비단 도포에 붉은 색 초립을 쓰고 대나무 가지에 강남서신사령(江南西神司令)이라고 쓰여진 기를 들고 있다. 오행에서 서쪽은 金을 상징하고, 색으로는 흰 색을,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한다.


▶ 마마신이 중국 강남에서 조선국으로 건너온다

경기도 도당굿에 제석굿을 마치고 나면 손굿을 한다. 손굿 중에 손님노정기를 부르는 대목이 있는데, 손님노정기는 마마신이 중국 강남에서 출발을 하여 조선국으로 나오는 과정을 소리를 하게 되는데 이때 화랭이는 자기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게 된다. 또 호구거리에서도 두신이 중국 강남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것으로 묘사된다.


▶ 家家戶戶 방문하는 戶口마마

무속에 제석거리에 이어 호구거리를 한다. 보통은 무속의 신령들은 일반적으로 떳떳한 모습을 드러내고 무당의 입을 통하여 덕담을 하는데 호구씨만은 유독 면사포를 덮어쓰고 몸체를 가린채 공수를 한다. 호구를 胡鬼 또는 戶口로 써온다. 호구의 성격에 관하여 몇가지 설이 내려오는데 그 중에 호구가 천연두신이라는 설이 많이 알려져 온다. 천연두의 두신(痘神)이 각 호구마다 엄습하기에 호구(戶口)라 하고 일명 강남 별성이라 하는 바와 같이, 이 痘神이 중국 강남(江南)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에 건너온 것이기에 호구(胡鬼)로 와전되어 쓰기도 한다는 이야기이다.


▶여자신은 남자의 거시기로 남자신은 여자의 거시기로 달래고
병귀에도 암수 성이 있다고 보았고 성적불만이나 한을 달래주면 병귀 스스로 물러간다고 믿었다. 호열자(콜레라)는 남성으로, 천연두(마마)는 여성, 학질은 남성이라 믿었다. 그래서 남성인 학질에 걸리면 장대에다 여자성기를 상징하는 짚신을 내걸었고, 해방 후에는 하이힐을 걸기도 했다. 천연두는 여성이므로 천연두 예방을 한다고 동구 밖에다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디딜방아를 훔쳐다 거꾸로 세우기도 했다.


▶마마신은 13일째 떠난다

마마에 걸리면 대개 13일째 되는 날 환부에 딱지가 생기면서 병이 끝난다. 이날 마마신을 공손히 돌려보내는 마마배송굿을 행한다. 제주도에서는 ‘마누라배송굿’이라 한다. 이 때 두신(痘神)을 전송할 때, 싸리로 만든 말을 가져가는 사람을 마부(馬夫)라 한다. 서양은 13이라는 숫자를 공포스럽게 여기지만, 우리민족의 경우에는 13일째 되는 날 천연두신이 떠나가니 즐거운 날로 여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