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천지공사(天地公事; The Work of Renewing Heaven and Earth) 본문
천지공사(天地公事; The Work of Renewing Heaven and Earth)
'천지공사'의 '천지'는 신도천지(神道天地)
증산 상제님의 ‘천지공사(天地公事)’는 파천황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문명세계뿐만 아니라 천지의 자연세계를 동시에 개벽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주와 문명의 동시적 개벽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증산 상제님이 1901년 7월 도통한 이후 1909년 6월 어천하기 이전까지 9년 동안 집행한 천지공사에서 천지와 공사는 각기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가?
천지공사에서 천지는 단순히 하늘과 땅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증산 상제님이 말하는 천지에는 천지인 삼계뿐만 아니라 신명계가 아울러 포괄되어 있다.
즉 천지에는 천도(天道)와 지도(地道)와 인도(人道)뿐만 아니라 신도(神道)가 사위일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증산도에서 말하는 천지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도천지(神道天地)이다. 그 이유는 천지인의 삼계가 신도의 신명계의 조화작용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신묘불측(神妙不測)한 오묘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증산 상제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천지가 신도의 창조적 조화작용에 의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도전』 2:87:4)
신은 살아 움직이는 천지만물의 생명력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천지공사에서 천지는 신도의 신명계를 포함하는 시공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천지와 신명과 인간을 동시에 구원하는 상제님의 기획작업
그리고 공사란 개인적인 사사로운 일과는 대비되는 공공적인 것에 관련되는 사무라는 뜻이다. 공사란 본래 관청이나 공공단체의 공적인 사무를 처리한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의 관아에서 관장이 공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관원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던 것을 이르던 말이다. 이를 “공사를 본다”고 표현하였다.
따라서 공사란 관청이나 공공기관에서 공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관장이나 기관장이 관계자들을 소집하여 대책회의를 열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 종합하여 최선의 방책을 결정짓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증산 상제님의 공사는 단순히 사회적 공공성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생명 전체에 관계되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우주적 공공성을 가리킨다.
공사는 우주적이면서 사회적인 공공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한 이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통일적 질서와 조화의 관계를 모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산 상제님의 공사가 지닌 독특성이 있다.
천지공사는 주재자의 적극적 개입에 의한 우주생명계의 재조정작업이다.
우주적 통치기구인 신도의 조화정부를 설립하여 언제 어떻게 파멸될지도 모르는 총체적 위기상황에 처한 우주 안의 뭇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구천지의 상극질서를 뜯어고쳐서 신천지의 상생질서로 전환함으로써, 세운과 도운에 의해 무궁한 후천선경의 운수를 열려는 신도의 기획작업이다.
증산 상제님께서 선천개벽 이래 상극의 운에 갇혀 살아온 뭇 생명의 원(寃)과 한(恨)을 풀어 주시어 후천 5만 년 지상선경세계를 세워 온 인류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니 이것이 곧 인존상제님으로서 9년 동안 동방의 한국땅에서 집행하신 천지공사라.
(『도전』 5:1:1-3)
이러한 천지공사는 자연질서와 인간질서를 동시에 뜯어고쳐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신명, 인간과 인간 사이의 어그러진 상극관계를 끝막고 새로운 상생의 질서를 여는 일이다.
증산 상제님은 삼계대권의 조화권능을 직접 주재함으로써 통일의 조화정부를 구성하고, 천지의 자연질서와 인간의 문명질서를 개벽함으로써, 이 땅위에 천지와 신명과 인간을 동시에 구원하려는 새로운 우주문명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천지공사'의 원동력은 신도의 조화성(造化性)
천지공사의 기초는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여는 데 있다.
‘천지대신문’이란 자연질서를 주관하고 있는 분열된 신도질서를 통섭하여 상극적 우주질서를 상생적 우주질서로 전환함으로써 신도천지의 통일적 질서와 조화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증산께서 대원사에 가신 6월 16일부터 스무하루 만인 신축년 음력 7월 7일에 천둥과 지진이 크게 일어나고 상서로운 큰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탐음진치(貪淫瞋癡)를 비롯한 모든 마(魔)를 굴복시키고 무상의 대도로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여시니라. 이로부터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시고 우주의 조화권능을 뜻대로 행하시니라.(『도전』 2:10:1-3)
천지의 운행질서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신도의 조화성(造化性)에 있다.
우주만물이 저절로 그러하게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모든 변화 이면에는 변화현상을 주관하는 신명의 주재적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도질서의 재조정 작업이 없이는 우주생명의 창조적 조화작용이 결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천의 구천지에서는 신도질서가 상극질서에 종속되어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창조적 조화작용이 원할하게 발현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증산 상제님은 천지의 대신문을 열어 재조직되고 개혁된 신도로써 우주만물의 시공질서와 인간사회의 문명질서를 개벽하려고 한다.
천지공사는 신도를 중심축으로 삼아 천지인 삼계를 대통합하여 우주생명계의 통일적 조화를 이루는 무극대도의 신세계를 열려는 것이다.
따라서 천지공사는 결국 천도와 인도에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새 세상의 판도를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짜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천지공사'의 두가지 방식, 세운(世運)과 도운(道運)
천지공사의 대개벽작업은 두 가지 방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세운(世運)과 도운(道運)이 그것이다.
여기서 세운은 세상의 운로를 뜻하는 것으로 인간세상의 역사질서가 완결되어 가는 전개과정을 뜻하고, 도운은 대도의 운로를 뜻하는 것으로 증산 상제님의 무극대도의 가르침이 지상에 구현되어 가는 도통(道統: 도맥계승) 전개과정을 뜻한다.
인류사의 전개과정과 무극대도의 실현과정은 모두 우주변화의 원리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우주만물이 생성하고 성장하며 완숙되는 생과 장과 성이라는 세 가지 단계의 변화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세계질서와 대도질서도 세 가지 단계의 변화과정을 거친다. 이를 ‘삼변성도(三變成道)’라고 한다.
인간이 주인이 되어 후천 선경세계를 건설한다
천지공사는 선천세계의 상극질서를 뜯어고쳐서 후천의 상생세계로 뒤바꾸려는 예정된 시간표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위에 선경세계를 건설하려는 데 그 궁극적 목표가 있다.
이런 후천 선경세계는 환상의 유토피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차안의 언덕을 넘어서 저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이 땅위에 후천 선경세계가 우주변화의 필연적 원리성에 의해서, 천지공사의 도수 획정의 프로그램에 따라 그대로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후천의 선경세계는 인간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절로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천지공사는 후천 선경세계의 프로그램, 즉 천지를 개벽함으로써 우주문명을 기획하는 설계도이기 때문에 그 완성은 어디까지나 우주생명의 창조적 조화주체인 인간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증산 상제님은 천지공사로 ‘평천하(平天下)’하여 새 우주문명의 바탕판을 짜놓고, ‘치천하(治天下)’로 새로운 우주문명을 건설하는 것은 그의 일꾼, 인간에게 맡겼다. 따라서 후천 선경세계의 실현은 인간이 그 우주적 질서와 하나가 되려는 인간개벽을 통해 완성할 수밖에 없도록 운명지워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후천의 선경세계가 인간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저 그냥 주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절대자를 믿기만 하면 인류의 구원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인존시대’이다. 인간이 우주만물의 주인이 되어서 증산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통해서 열어 놓으신 후천개벽의 과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자연질서와 문명질서의 동시적 전환을 뜻하는 후천개벽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인간 자신의 자아개벽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과 문명의 연관관계를 통일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창조적 조화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류구원 그 이상의 의미
그렇다면 새 하늘 새 땅 새 세상을 열려는 천지공사의 후천개벽작업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천지공사는 인류구원의 새 프로그램이다. 천지공사는 구원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 있어 기존의 사유방식과는 그 차원을 전혀 달리한다.
기존의 대부분의 사유방식은 인간구원의 방법론에만 한정된다. 하지만 천지공사는 인간구원의 방법론만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구원을 인류사적 차원을 넘어서 우주사적 차원에서 실현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공사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자연질서와 인간질서를 총체적으로 뜯어고쳐서 우주와 문명을 아울러 구원하려는, 우주문명을 재창조하려는 대공사이다. 따라서 천지공사는 단순히 자연의 생태파괴와 인간의 자아 정체성 상실과 사회의 공동체성 붕괴라는 현대사회의 위기상황으로부터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는 문명사적인 대안을 넘어서고 있다는 데 그 본질적 의의가 있다.
그것은 자연과 자아와 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구천지와 구문명의 상극적 관계망을 신천지와 신문명의 상생적 관계망으로 새롭게 바꾸어주는 우주문명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지공사의 본질적 핵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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