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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衣에 담긴 한민족의 철학

세덕 2012. 4. 16. 15:27

백의白衣에 담긴 한민족의 철학


[대전일보 2007-03-27 11:33]


오랜 교수직에서 잊혀지지 않는 한 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내용인즉 “우리 민족은 염색기술이 뒤떨어져 옷에 염색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흰옷을 입게 되면서 나온 말이 백의민족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듣고 지나갈 말이 아니었다. 그 말에는 한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철저하게 뭉개버리는 내용이 들어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국 후기낭만파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말이 생각난다.

“무지(無知)는 순수가 아니라, 죄악이다.” 무지는 잘못을 덮는 방패막이가 아니라 엄청난 죄악이라는 말이다. 올바른 역사의식과 한민족의 정신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기에 자주 범하는 어리석음인 것이다.

“한민족은 그렇게 무지몽매한 족속이 아니었다. 이 한민족은 광명 철학으로 인류 역사를 처음 열었던 대문명의 천손 민족이었다.”

그러면서 그 학생에게 들려준 말이다.

이맥 옹이 편찬한 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는 ‘大始(태시)에 上下四方(상하사방)이 曾未見暗黑(증미견암흑)하고, 古往今來(고왕금래)에, 只一光明矣(지일광명의)’로 시작하고 있다.

이 내용은, 하늘과 땅, 동서남북 사방에 암흑이라는 것은 일체 없고, 아득한 옛날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주는 오로지 단 하나의 광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주는 광명으로 시작하였다는 내용이다. 태백일사는 우주의 본성이 광명이고, 광명 속에 계시는 삼신, 즉 一上帝(일상제), 한 분의 하나님이 계심을 전하고 있다. 환국의 원 뿌리가 광명 속의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을 합하면 백색이 된다. 백색은 광명이 합일돼 있는 색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흰 옷을 숭상하였으며, 백의민족이라고 한 것이다. 원 우주의 본성이 광명의 백색이고, 하나님이 나타내시는 광명의 색이었기에, 한민족은 오래 전부터 백색을 숭상하고 흰 옷을 생활화해 온 것이다. 옷 하나, 색깔 하나에도 하나님을 향한 깊은 철학과 종교심을 뿜어온 동방 민족이었다. 우리는 위대한 조상의 철학과 숨결을 다시 발현하여야 한다.

이홍배 (증산도사상연구회 부회장·경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