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이 있어야 대한민국이다
[출처] 국학뉴스박성수 명예교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우리나라 최고의 국경일인 개천절을 10월 3일에 지내지 않고 다른 날로 옮긴다고 해서 국민에게서 공분을 산 바 있다. 이것은 분명히 개천절을 없애기 위한 첫 단계임에 틀림이 없다. 갑자기 개천절을 없애지 못하니까 제1단계로 매년 10월 3일에 지내던 개천절을 매년 10월 첫 번째 일요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국경일이 많은 나라로 유명한(?) 우리나라 국민에게 하루 더 일하게 하는 것이니 대기업에 매우 유익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3.1절이나 광복절을 그대로 두고 3·1절과 광복절의 역사적 근거가 되는 개천절을 없애려 드는 행정관리의 무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개천절이 없어진다면 3.1절이고 광복절이고 할 것 없이 다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태어난 날, 생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생일이 없으면 주민등록증도 없어지는 것이니 이제부터는 대한민국의 생일을 모르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망국(亡國)하는데 편리한 나라가 되었다.
아직 통일도 못 하고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이고 보니 개천절마저 없애면 대한민국의 역사적 근거와 정통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북한이 남침하여 우리 대한민국을 흡수 통일한다거나, 또 아니면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여 자기 나라 속국으로 만들어도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된다. 개천절이 그렇게 중요한 국경일이란 것을 행정부의 담당 공무원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독도 문제를 갖고 분노하고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한다고 해서 개탄했다. 우리나라 영토와 비슷한 간도와 러시아 연해주 땅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영유권을 포기한 것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는 다 우리 한반도의 분단 상태를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애국가 첫머리에 동해와 백두산이 우리 땅이요 바다라 하면서도 동해가 일본 바다가 되고 백두산 절반 이상이 중국 영토가 되어도 할 말을 못 하고 있다. 그런 한심한 처지에 있으면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 반만년 역사를 포기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우리가 왜 3·1운동을 일으켜 독립만세를 불렀는가. 우리가 왜 우리 스스로 힘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연합국의 도움을 받아 해방되어 반쪽 신세가 되었는가. 역사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8월 29일이 국치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8·15 광복절만 알고 국치일은 모르는 것이다. 만일 광복절이 기뻐해야 할 날이라면 반드시 8.29 국치일을 기억하고 분노하고 반성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수립 당시 공직자들의 잘못으로 우리는 국치일을 잊은 국민이 되었다. 유대인도 잊지 않는 날을 우리는 잊은 지 60년이 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치일을 제정하여 모든 국민이 하루 더 놀게 하라. 그리고 철저하게 경술국치를 기억하게 하라.
그러고 나서 10월 3일이 오면 개천절을 맞아 온 국민이 기뻐하는 날이 되게 하라. 3·1절도 중요하고 광복절도 중요하다. 둘 다 중요하지만 만일 개천절을 지내지 않는다면 앞에 지내게 될 3·1절과 광복절은 아무 소용없는 축제가 되고 만다. 역사 없는 나라가 무슨 독립만세를 부르며 광복 만세를 부르는가. 우리에게 반만년 역사가 없다면 독립할 자격이 없다. 개천절이 있기에 우리는 독립한 것이다.
부여는 매년 10월 천신에게 제사를 드렸다. 그때 북을 쳐서 천신을 모셨다 하여 영고(迎鼓)라 하였다. 예맥에서는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다 하여 무천(舞天)이라 하였다. 마한에서도 해마다 10월 3일이면 천신에게 제사 드린다 하여 천군(天君)이라 하였다. 천군이 오시는 날이란 뜻이다. 고구려에서는 3월과 10월에 크게 모여 하늘에 제사 드리니 동맹(東盟)이라 하였다. 백제는 교천(郊天)이라 하고 신라에서도 10월에 전국에서 제천 하였다.
이처럼 개천절은 반만년 역사를 가진 오랜 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념일이다. 역사가 짧은 나라, 역사가 없는 나라는 개천절을 가질 수 없다. 우리는 개천절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의 주인공이 되었다. 개천절은 우리 한민족만이 갖는 축제이다. 미국처럼 단순한 독립기념일이 아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축제의 날이 개천절인 것이다. 이날을 없앤다면 우리는 다시 주권을 빼앗겨도 할 말이 없다.
조선 시대에 해마다 10월 3일이면 북한의 평양 숭명전에서 단군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벽에는 “가미고아 도마오소”라는 한 글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 이 말의 뜻을 아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이름난 국어학자라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것이다. “가미고아 도마오소”란 “단군의 높은 은덕을 길이길이 사랑합니다”라는 뜻이다. 10월 3일은 절대 개천절이어야 한다. “가미고아 도가오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