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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천은 천이요 인은 인이니 인내천이 아니다'

세덕 2012. 5. 9. 14:30

동학 '천은 천이요 인은 인이니 인내천이 아니다'


 

손병희의 기운을 거두심


 하루는 상제님께서 원평을 지나 구성(九星)바위가 있는 성계리(星溪里) 신암(新岩) 주막에 이르시어 말씀하시기를

 “내 들으니 손병희(孫秉熙)가 전주에 왔는데 서울에 교당 짓는 것을 빙자하여

 그 부하들의 어린아이 옷고름에 채운 돈까지 떼어다가 큰집과 작은집을 거느리고 행락하며 온 부하들을 망친다 하니 그 무능함을 가히 알 만하도다.

 만일 재능이 있다면 천하의 집이 모두 저의 집이 될 터인데 집은 지어 무엇하리오.

 이제 호남 각지를 돌고 나면 그 부하들은 다 망하게 될 것이라.

 누구든지 몽둥이를 들어 그 머리를 치며 ‘네 재능이 무엇이건대 사설(邪說)로써 민중을 속이며 부하들을 그다지 망치느냐!’고 꾸짖으면 대답하지 못하고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인내천이 아니니라 

 이에 한 성도가 “손병희가 어떤 사설을 퍼뜨려 행세한다는 말씀이옵니까?”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
천(天)은 천이요 인(人)은 인이니 인내천(人乃天)이 아니니라.

 또 손병희가 ‘아이를 때리는 것(打兒)’을 ‘하늘을 때리는 것(打天)’이라고 이르나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를 때리는 것이요, 감히 하늘을 때린다고 할 수 없느니라.

 하물며 사람의 생사와 화복이 하늘에 달려 있거늘 어찌 하늘을 때린다 하리오.

 하늘은 억조창생의 임금(君)이요 억조창생의 아버지(父) 되나니

 옛 성현들이 하늘을 모시는 도가 지극히 엄숙하고 지극히 공경스러워 통통속속(洞洞屬屬)하고

 수운의 하늘을 모시는 가르침이 지극히 밝고 정성스러웠느니라.

 큰 근본(大本)이 어지러워지면 만덕(萬德)이 모두 그르게 되느니라
.”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은 다 구암(久庵)이요, 이곳은 신암(新庵)이니 곧 도안(都安)의 집이니라.” 하시니라.

진실로 쾌남자로다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손병희의 피폐가 극도에 이르렀으니 너는 내일 전주에 가서 손병희를 쫓아 보내고 오라.” 하시니

 옆에서 듣고 있던 응종이 몽둥이를 들며 여쭈기를 “제가 쫓아가서 그리하겠나이다.”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네가 진실로 쾌남자로다.” 하시니라.

 공우가 명을 받고 이튿날 출발하려다가 다시 말씀치 아니하시매 이상히 여겨 그만두었더니

 이 때 손병희가 호남 지방을 순회하려다가 갑자기 일정을 바꾸어 서울로 돌아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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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1 구성바위. 현재 김제시 금산면 성계리(星溪里) 신암 마을 에 널려 있는 여러 개의 바위이며 칠성바위라고도 한다. 예전엔 이곳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233:2 손병희(孫秉熙, 1861~1922). 본관 밀양. 호 의암(義菴). 동학 2세 교주 최시형의 수제자. 동학혁명 때 북접의 동학군을 이끌고 남접의 전봉준 장군과 합세하여 관군과 싸웠다. 1905년에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하였다.

233:8 천은 천이요 인은 인. 동학의 본래 가르침인 시천주(侍天主)는 최시형을 거치면서 천주의 인격성이 떨어져 나간 ‘사인여천(事人如天)’으로 변질되고, 손병희에 이르러서는 ‘인내천’으로 왜곡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근원인 하늘을 두고 ‘인간이 하늘이다.’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체(體)와 용(用)의 관계를 모르고 하는 무지막지한 말이다. 서학의 삼위일체 신관과 마찬가지로 근본을 왜곡하고 있다.

233:17 황응종(黃應鐘, 1841~1927). 키가 크고 풍채가 좋았다. 성품이 괄괄하고 힘이 세어 사람들이 호랑이 양반이라고 불렀다 한다.

233:20 손병희는 남도 설교차 무신 4월 10일 군산을 통해 전주에 와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전주에서 한 차례 대중 설교를 마친 뒤 17일에 갑작스레 일정을 바꾸어 상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