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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알레르기 치료법에 깜짝 놀란 英 의사

세덕 2012. 10. 29. 14:51

 

<한국의 알레르기 치료법에 깜짝 놀란 英 의사>

국제논문 찾아 데리고 온 아들·딸 "못 먹던 닭고기 먹어" 극적 치료효과에 "영국 정부에 한국 치료법 도입 신청"

 

연합뉴스 | 입력 2012.10.29 07:12 | 수정 2012.10.29 08:12

국제논문 찾아 데리고 온 아들·딸 "못 먹던 닭고기 먹어"

극적 치료효과에 "영국 정부에 한국 치료법 도입 신청"

(서울=연합뉴스) 이주연 기자 = 영국의 알레르기 전문의가 자녀의 난치성 알레르기 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의 의사를 찾아와 화제다. 요즘 해외 의료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의 의사가 자녀의 질환 치료를 위해 스스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그레이트 올몬드 스트리트 병원(Great Ormond Street Hospital)의 소아 소화기 전문의인 글로리아 도밍게즈 오르테가(Gloria Dominguez Ortega) 박사.

그는 선천성 음식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딸 엠마(Emma·5)와 아들 세르지오(Sergio·7)의 치료를 위해 지난 17일 2주 일정으로 알레르기질환 치료 전문인 서울알레르기클리닉을 방문했다.

엠마는 태어났을 때부터 대부분의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평생 특수분유만 먹으며 살아왔다. 어떤 음식이든 먹기만 하면 심한 구토와 함께 식도와 위 기능이 멎었고, 혈변이 섞인 설사를 했다. 정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세르지오는 엠마보단 덜하지만 콩과 우유 등을 먹지 못했다.

그동안 오르테가 박사는 소아 알레르기 전문의면서도 자녀의 알레르기를 치료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좋다는 병원과 유명하다는 학자를 알아봤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절망했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음식으로 진단받으면 먹지 않는 것이 의료계의 정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오르테가 박사는 전 세계 의학논문을 뒤졌고 한국의 치료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4개월 전 서울의 한 작은 병원 의사가 쓴 여러편의 국제학술지 논문에 주목했고, 고민 끝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서 자녀들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이를 배워 영국의 수많은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엠마는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알레르기 반응을 감소시키는 면역단백질인 인터페론-감마를 주사해 면역성을 유도한 뒤 알레르기를 보인 음식을 소량에서 점차 늘려가는 방식이다.

인체 면역체계는 특정 단백질이 몸에 들어왔을 때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결정해 기억해둔다.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지, 아니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지 결정해 매번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면역조절제로 체내 면역 반응의 방향을 새롭게 수정하는 셈이다.

엠마는 오르테가 박사가 원한대로 닭고기부터 시도했다. 닭고기 치료를 7번 받는 동안 엠마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이제 닭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24일부터는 감자 먹기에 도전하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한국을 찾았던 오르테가 박사는 "엠마는 지금까지 한번도 닭고기처럼 딱딱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며 "음식을 씹는 방법을 익히느라 먹는데 오래 걸릴 뿐 평소 나타났던 알레르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뻐했다.

세르지오도 알레르기를 보인 콩에 대해 치료 중이며, 현재까진 이상 반응이 없다.

오르테가 박사는 "엠마와 세르지오 얘기를 영국의 동료의사들에게 전했더니 다들 흥분하고 있다"며 "새 치료법을 배운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빨리 돌아가 적용해보고 싶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 원장은 29일 "알레르기는 면역학적 불균형에서 비롯되는데, 아이들에겐 음식 알레르기와 아토피 피부염이 많고 성장하면서 비염이나 천식으로 이행되기 쉽다"면서 "그러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면 치료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국제 학회와 수십편의 논문을 통해 검증받은 게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오르테가 박사는 이 치료법을 소속 병원에 도입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영국 정부에 신청한 상태이며, 노 원장과 함께 엠마와 세르지오의 치료성과를 내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계획이다.

gol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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