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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태평양 전쟁은 개전됐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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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태평양 전쟁은 개전됐다.

세덕 2012. 3. 7. 11:51

     2차 태평양 전쟁은 개전됐다.




역사는 얄궂게도 태평양전쟁
발발 전의 상황을 재변주한다

»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지난 한 주 태평양의 파고는 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와 비견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전인 2차 태평양전쟁은 사실상 개전됐다. 역사는 얄궂게도 태평양전쟁 발발 전의 상황을 재변주한다.

태평양전쟁의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이었다. 일본과 독일 등 추축국들은 후발 자본주의 신흥국가로서 시장과 자원 확보에 불을 켰다. 대공황 앞에서 이들은 폭력적인 시장 재편에 나섰다. 전쟁을 택한 거다.

지금은 대공황에 준하는 경제위기이다. 이 경제위기 전에 이미 중국은 자원과 시장 확보에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남미는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로 새로운 중흥기를 구가하고,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최대 원조국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한다고 하나, 중국은 여전히 인구 절반이 최저생계비 수준에 허덕인다. 연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유지하지 못하면, 1년에 수천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한다. 지금 중국은 멈추면 자빠지는 자전거일 뿐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의 직접 원인은 연합국의 대일 원자재 금수였다. 일본의 중일전쟁 확대를 제재하려고 미국·영국·네덜란드는 말레이·인도네시아 지역의 원유 등 원자재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은 ‘에이비시디(ABCD: 미국·영국·중국·네덜란드의 첫 글자들) 봉쇄망’이라고 비난하며 전쟁을 시작해 이 지역부터 먼저 점령했다.

말레이·인도네시아 지역은 중국과 주변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연안이다. 남중국해에는 중국 수출입의 생명선 같은 해로가 있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5%가 이곳을 지난다. 미국은 2010년 아세안지역포럼(ARF)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동남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주며 개입했다. 지난주 미국은 구두 개입에서 실력 개입으로 전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 공습당했던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 반격을 시작한 오스트레일리아 다윈으로 날아가 미 해병의 주둔을 발표했다. 일본 남방군이 인도를 침공하려다 연합군에게 참패를 당했던 임팔 전투가 벌어졌던 미얀마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문을 발표하고 국교 정상화 손짓을 보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공세를 저지한 최남단과 최서단 방어선을 다시 단도리한 것이다. 중국은 이를 ‘중국봉쇄망’이라며 반발한다.

그럴 만도 하다. 닉슨독트린 이후 미국은 처음으로 이 지역에 새로운 병력을 파견했다. 2차대전 직후 존 덜레스 국무장관이 밝혔던 중국 등 사회주의권 봉쇄망인 제1열도선(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 제2열도선(일본~괌~오스트레일리아)이 재정비·강화되고 있다. 태평양전쟁 직전 미군의 극동사령부가 있던 필리핀을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문해 양국 군사동맹을 재확인하고 병력 증파 및 기지 사용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8월 미 해군 전함은 중국을 코밑에서 위협하는 베트남의 캄란만 기지를 30년 만에 방문했다. 냉전시대 중국의 최대 우방인 베트남은 이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우방으로 변했다. 게다가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중국을 배제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태평양 자유무역지대를 엮으려고 한다.

지난 한 주 갑자기 중국은 고립됐다. 이런 중국의 고립과 위협감은 이미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 불붙었다. 미 항모가 파견된 서해의 한-미 합동훈련에 중국은 격렬히 반발했다. 연평도 사건 1주년이 다가왔다. 한국은 지금 2차 태평양전쟁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