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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디트로이트' 힘겨운 가로등 살리기 계획

세덕 2013. 12. 10. 16:16

'파산 디트로이트' 힘겨운 가로등 살리기 계획

'파산 디트로이트' 힘겨운 가로등 살리기 계획

 

연합뉴스 | 입력 2013.12.10 13:00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지난주 파산보호 절차가 승인된 미국 디트로이트시가 예산 부족으로 절반 가량 죽어 있는 '가로등 살리기'부터 나섰다.

시 재정 위기 비상관리인인 케빈 오어 변호사는 "가로등은 공공 안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2억1천만 달러(2천200억원)를 빌려 가로등 4만6천개를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원도 최근 가로등 교체를 위해 전담 법인 설립과 6천만 달러 상당의 채권 발행 등의 계획을 승인했다.

1950년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던 디트로이트는 시대 변화에 따른 도시 쇠락과 방만한 시 운영으로 파산에 이르렀다.

180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70만명으로 줄어들면서 7만8천여채의 주택과 건물이 버려졌다. 빈 집에서는 수시로 화재가 일어났고 한국의 119격인 911에 전화를 걸면 출동까지 평균 1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특히 도시 전역의 가로등 8만8천개 가운데 거의 절반이 고장 나 밤거리가 어두워진 것은 도시의 쇠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법원의 파산보호 결정에도 주된 근거로 작용했다.

시 공공조명국 소속 직원들은 밤마다 고장난 가로등 전구를 갈아 끼우기 위해 거리를 다녔지만 고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전구가 문제가 아니라 지하에 매설된 전선이 타버렸거나 제품 자체가 너무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내에서 사탕가게를 운영하는 제임스 로런스는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무서워서 짐 싸서 집에 가기 바쁘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이번 가로등 교체 계획이 잘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 채무 보증인인 신코라 측이 자금 조달 계획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우선 교체 지역 선정에서 불만을 나타내는 주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도 "가로등 때문에 또 다른 부채를 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거나 "새 가로등의 전선이나 전구도 도난당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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