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왜 병이 와야만 하는가! 본문

세상이 변한다./전염병의 횡포

왜 병이 와야만 하는가!

세덕 2012. 3. 27. 15:19

왜 병이 와야만 하는가!


인간 문명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무엇일까요? <<생존의 비밀>>에서는 질병이 그 역활을 했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게 된 황상익 교수의 칼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같이 읽어보시죠^^

질병과 역사

- 황상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교수

서양세계에서 페스트보다 인간들의 삶을 더 깊이 흔들어놓은 질병이 없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페스트는 원래 쥐를 비롯한 설치류들의 질병으로 페스트균은 일본인 기타사토 시바사부로와 예르생이 1894년에 발견했다. 페스트균은 벼룩과 같은 벌레에 의해 인체에 침입하며, 일단 인체에 들어온 균은 교통로를 따라 인간들 사이의 접촉으로 급속히 전파된다. 연대기들은 종종 페스트가 가뭄이나 홍수 또는 기근과 같은 궤멸적인 자연재해 뒤에 창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한 기록들은 사건을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각색된 것이 아니라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곡창이 텅비고 그 바닥에 물이 차게 되면 쥐들은 인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때 설치류 사이에 페스트가 돈다면 인간들이 감염될 기회는 높아진다.

페스트에는 림프절페스트와 페페스트,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림프질, 특히 사타구니와 겨드랑이 그리고 목구멍이 부어오르며 '림프절페스트'로 불렸다. 림프절에 고름주머니가 생기고 여기서 흘러나오는 고름은 매우 치명적이다. 환자는 회복하거나 아니면 혈액에 균이 번식하여 생기는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페페스트'에서는 페스트균이 호흡기를 침범하여 페렴이 발생하며, 환자는 며칠 안 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한 환자의 몸은 검푸른 색깔이어서 흑사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종종 계절에 따라 유형도 달라진다. 여름에는 림프절페스트가 겨울에는 페페스트가 흔하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중세라고 부르는 역사상의 시대는 유럽이 경험한 두 가지 최대의 전염병 대유행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서양의 중세는 4세기에 일어난 민족대이동과 함께 시작했다. 야만족들의(저는 야만족이라 하지 않고 게르만족이라 하겠습니다.) 로마제국침략은 의심할 바 없이 역사적으로 오랜 동안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게르만족들은 수많은 것들을 파괴했지만 또한 많은 것들을 보존했다. 로마 문명은 침입자들을 오히려 동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여전했다. 6세기 초 동고트족이 이탈리아 반도를 지배했지만 테오도리쿠스 왕의 통치는 기본적으로 로마식이었고,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도 로마인들이었다. .....(중략) 그 무렵 대역병이 이탈리아 반도를 덮쳤다. 역병은 동방에서 왔으며,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황제 자리에 있던 632년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창궐했기 때문에 흔히 '우스티나누스 역병'이라고 불러왔다. 이 대역병이 페스트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데 적지 않은 학자들이 페스트로 생각하고 있다. 병이 서방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이탈리아에 상륙했고 곧 이어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발생한 지역도 많았으며 두창(천연두)이 무섭게 병발하여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도 한 것 같다.

대역병이 휩쓸고 간 뒤 이탈리아 반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동고트 제국은 파괴되었고 대신 롬바르드 족이 이탈리아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롬바르드 족의 통치는 게르만식이었고 법률또한 그러했다. 교황령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여 강력한 정치권력이 되고 있었다. 590년 그레고리우스 1세가 교황으로 즉위했으며, 베네딕투스 수도원들이 서방세계 도처에 세워졌다.

동방에서도 비슷한 변화들이 생겨났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스스로를 로마황제라고 여겼고 실제로도 마지막 로마 황제였다. 그의 통치목표는 로마제국이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 이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과거의 로마 제국 영토를 다스리고 있는 어떤 야만족(?) 왕들보다 천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대역병이 지나간 뒤 동로마제국은 쇠퇴했다. 6세기는 지중해 세계의 역사에서 전환점이었으며,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의 대역병이 두 시대의 경계를 이룬다. 낡은 문명은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낡은 세계는 붕괴하고 그 폐허를 딛고 새로운 문명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동아약보』7월호 중 발췌

병란으로 인류의 의식이 각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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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jeff_lockard님의 사진)


병란으로 인류의 의식이 각성된다

 지금 병란의 역사가 이제 서곡을 넘어 본론을 향하여 조금씩 거세게 전진을 하고 있다. 지금 인류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사판단이 서는 경계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좀더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병목이 너희들의 운수목’이라는 말씀을 통해서 ‘아, 나부터 꼭 살아 남아야 되겠구나. 건강해야 되겠구나’ 하고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그것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이제는 생활개혁과 의식혁신이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타성에 젖어 때를 놓치게 되면 대세가 돌 때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신종 플루에 감염된 의사가 환자 수술을 했다고 한다. 또 모든 약국이 지정약국이 되는 것을 기피하려고 한다. 약사도 자기가 감염되면 약국을 문 닫아야 하고, 또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간호사 한두 명이 감염되면 병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니 누가 나서려고 하겠는가. 뚜렷한 정책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으면서 자고나면 정부의 정책이 바뀌는데 누가 믿겠느냐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 삶과 죽음, 종교에서 말하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각성이 이제 일어난다. 인류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외모 지상주의로, 살아서 건강하고 멋지게 한번 잘 살아보자고, 거기에 정신이 다 팔려있다. 그런데 천지 여름철 말의 허영문화가 이번에 송두리째 다 무너진다. 
 
 인류의 지난 역사,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근대 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동서고금의 문명이 전부 화극금火克金의 틀 속에서 병란으로 무너지고 새 문명이 열려나갔다.  
 
- 월간개벽2009년 9월호 종정님 도훈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