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주 천지조화
후천개벽(後天開闢;The Later Heaven Gae-buyk) 본문
후천개벽(後天開闢;The Later Heaven Gae-buy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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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과 후천개벽
‘개벽(開闢)’이란 ‘천개지벽(天開地闢)’의 줄임말이다.
고대중국에서 천지개벽은 본래 하늘과 땅이 열리고 갈라진다는 우주만물의 생성론적 질서의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말이었다. 즉 우주의 자연적 분화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사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 한대철학의 기론적 사유방식에서 천지개벽은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열리고 갈라져서 카오스의 혼돈으로부터 코스모스의 질서가 생겨났음을 말한다.
고대 중국인에 의하면 하늘과 땅이 열리고 갈라지기 이전에는 우주만물이 ‘一氣’의 혼돈상태로 있었다. 이 혼돈의 상태는 모든 기운이 따로 떨어짐이 없이 하나로 합치되어 있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통일적 상태였다. 그러던 것이 일기(一氣) 가운데 맑고 가벼운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겁고 혼탁한 기운은 내려가 땅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하늘과 땅이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천지개벽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고대 중국에서 말하는 천지개벽은 우주만물의 자연세계와 연관된 것일뿐 인간의 문명세계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천지개벽이 19세기 새 세상을 꿈꾸는 조선의 지성인들에 의해서 전혀 다른 의미맥락에서 사용된다.
그것은 중국과는 달리 천지개벽을 단순히 자연사적인 관점에서 규정하기보다는 자연사와 함께 시작된 문명사적 관점에서 정의함으로써 자연세계의 시작뿐만 아니라 문명세계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전환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최수운(崔水雲 : 1824~1864)이다. 최수운은 『용담유사(龍潭遺詞)』에서 선천개벽의 오만년과 후천개벽의 오만년으로 분리하여 사용함으로써 천지개벽을 선천의 천지개벽과 후천의 천지개벽으로 나누어 본다.
그는 선천의 천지개벽이래 인간이 문명세계를 건립한 선천 오만년 동안의 인간의 모든 유위적 활동이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는 근원적 반성을 하고, 뒤에 도래할 후천의 천지개벽은 새 천지에 입각한 새 문명이 수립될 것이라는 후천개벽론을 제시한다.
천지질서를 뒤바꾸는 자연개벽
이런 최수운의 후천개벽론을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시킨 논의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강증산 상제님의 후천개벽론이다.
최수운과 강증산 상제님의 후천개벽론의 차이점은 증산 상제님 자신이 후천개벽을 직접 주재한다는 점이다.
구천지의 상극의 기운을 신천지의 상생의 기운으로 개벽시켜서, 후천의 새로운 우주문명의 변화질서를 열려는 것이 바로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은 세 가지 방식으로 집약된다.
첫째, 천지질서를 뒤바꾸는 자연개벽이다.
여기서 자연개벽이란 묵은 하늘과 낡은 땅을 개조하는 작업이다. 자연개벽은 천지만물의 상극적 시공질서가 상생적 시공질서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봄과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면 뿌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주생명도 선천 5만년의 봄과 여름의 과정을 거쳐서 후천 5만년의 가을의 통일 상태로 귀환한다. 그것은 우주생명이 5만년을 기준으로 선천의 봄과 여름, 후천의 가을과 겨울의 순환구조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마치 떨어진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 ‘낙엽귀근’의 통일성을 이루듯이, 자연개벽은 우주생명이 자신의 원초적 통일상태로 돌아가려는 창조적 활동 그 자체를 말한다.
모든 사물이 우주생명의 통일적 존재근원으로 회귀하는 것, 이것이 바로 후천의 자연개벽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후천의 자연개벽이 자연의 이법적 필연성에 따라 절로 그러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거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극의 분열기운을 상생의 조화기운으로 뒤바꾸어 놓은 주재자의 창조적 주재성이 인사(人事)속에서 덧붙여진 결과라는 점이다.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놓았으니 제 한도(限度)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도전』 5:320:1-2)
선천세계는 천체의 중심축을 이루는 북극의 지축이 기울어져 음양의 불균형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사회도 그 상극적 분열질서에 종속되어 대립과 갈등의 원한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문제의 관건은 선천말기에 이르러 사회적 인간관계 속에서 골깊이 패인 원한이 증폭될대로 증폭되어서 그 지나치게 확장된 상극의 분열기운이 우주생명의 관계망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파괴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후천의 자연개벽은 우주생명의 주재자가 인간사회를 포함한 우주만물의 상극적 대립질서를 차단하여, 그것을 새롭게 재조정함으로써 상생적 조화질서로 뒤바꾸려는 창조적 작업이다.
인간과 우주생명이 하나가 되는, 인간개벽
둘째, 인간개벽(人間開闢)이다.
인간개벽은 인간이 능동적 주체가 되어서 심법개벽을 통해 우주생명과 하나가 되어 우주적 합일을 성취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인간이 자기자신의 존재근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인간은 현상적으로는 개체로서의 소우주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전체로서의 대우주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우주생명의 통일적 자연작용을 근거로 하여 분화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자연개벽은 우주생명의 주재자인 증산 상제님의 천지공사의 예정섭리에 의해서 저절로 그러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개벽의 전환틀이 주재자의 창조행위에 의해서 예정적 질서로 준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상호 감응관계를 지닌 인간이 우주생명과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자연개벽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자연질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질서를 떠나서 따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개벽은 인간개벽으로 완성될 수밖에 없다.
내가 삼계대권을 맡아서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을 개벽하여 선경을 건설하리라. 너희들은 오직 마음을 잘 닦아 앞으로 오는 좋은 세상을 맞으라.(『도전』 2:55:2-3)
조화의 신세계로 전환, 문명개벽
셋째, 문명개벽(文明開闢)이다.
문명개벽이란 자연개벽을 전제로 하여 인간 자신의 삶의 바탕을 이루는 사회적 인간관계의 질서가 갈등과 대립의 분열관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신세계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주생명의 새로운 우주적 삶의 존재방식의 틀을 중심축으로 삼아 인간의 자기변혁을 통해 인간사회의 상극적 삶의 존재양식의 틀을 상생적 삶의 존재방식의 틀로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천지를 개벽하여 하늘과 땅을 뜯어고치고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세워 선천 상극의 운을 닫고 조화선경(造化仙境)을 열어 고해에 빠진 억조창생을 건지려 하노라. 이제 온 천하가 한집안이 되게 하나니 너는 오직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 하시니라.
(『도전』 3:7:1-4)
오늘날 인류문명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과 사회가 다같이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연 생태계 파괴위기와 인간의 자아의 정체성 상실위기와 사회의 공동체성 붕괴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인류가 만든 문명에 의해서 문명이 도리어 파괴될 수도 있다는 역설적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이런 인류문명의 위기징후는 근시안적으로 보면 인류문명이 매우 비관적인 상황으로 치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야를 좀더 확대해서 보면 오히려 인류문명이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인류문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선천문명의 상극기운이 후천문명의 상생기운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산 상제님은 ‘천지공사’를 통해 자연질서를 개벽함으로써 새로운 문명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전환틀을 마련하셨다.
즉 지축의 정립과 공전궤도의 변화를 통해 천지에 가득한 분열의 기운을 상생의 기운으로 뒤바꿈으로써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한가족처럼 살 수 있는 세계일가의 통일적 문명질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한 것이다.
후천 선경조화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신세계에서는 온 천하의 사람들이 대립과 충돌의 상극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조화의 상생관계를 이룬다.
이렇게 볼 때, 후천개벽이란 자연질서와 인간질서의 동시적 대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자연과 인간과 문명이 동시근원적으로 개벽되어 새 우주질서에 바탕을 둔 새 문명질서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신천지(新天地)에 입각한 신인간(新人間)의 신문명(新文明), 즉 ‘우주문명(宇宙文明)’이 바로 후천개벽의 궁극적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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