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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바이러스를 부활시키다 - 상 본문

세상이 변한다./전염병의 횡포

스페인 독감바이러스를 부활시키다 - 상

세덕 2012. 4. 17. 16:20

스페인 독감바이러스를 부활시키다 - 상



[e칼럼]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부활시키다-상 DNA로 풀어보는 고대 미스터리 <6>

최근 유전공학이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과학윤리와 도덕적인 문제를 심각한 눈으로 바라보는 학자들이 던지는 말이 있다.

“인류에게 종말이 온다면 그것은 핵물리학이 아니라 생명공학에서다.”

왜 그런가? 물론 한 가지를 두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극단적인 대답을 하자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그것도 자연적인 발생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면역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인체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극단적으로 이는 인류의 전멸(全滅)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멸망은 핵이 아니라 조작된 바이러스에 의해”

 

아마도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 넣은 병이라면 당연히 쥐벼룩이 옮기는 흑사병 페스트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호열자로 알려진 콜레라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병들은 그 동안 의학의 발달로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세기 들어 인간이 자랑스러워 하는 의학발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무색하게 한 질병은 바로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이다. 유럽을 휩쓸었고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중국도 강타했다. 한국에도 상륙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는 기록이 나왔다.

1차 대전은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로 시작되어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끝난 전쟁이다. 이 전쟁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연합국과, 독일, 오스트리아의 동맹국이 양 진영의 중심이 되어 싸운 전쟁으로 그 배경을 따지자면 1900년경의 소위 제국주의가 개막되면서 벌어진 전쟁이다.

그러나 일부 전쟁 역사가들은 이 전쟁을 종식시킨 것이 연합군의 전술에서의 승리라기보다 적과 아군을 가릴 것 없이 전쟁터를 완전히 쑥밭으로 만든 스페인 독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차대전이 끝나게 된 게 너나 할 것 없이 스페인 독감이라는 괴질에 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1918년에 불어 닥쳐 2년여에 걸쳐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은 페스트에 이어 가장 많은 유럽 인구를 앗아간 질병으로 통한다. 사실 사망자에 대한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페스트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전쟁의 폐허, 숱한 사망자… 정부의 통제가 여의치 않은 시기다.


기록에 따라 3천만~5천만 명이 죽어

기록에 따라 사망자가 3천만 명에서 무려 7천만 명까지 오르내리는 이 병은 최근 조류독감이 대단히 심각한 위협적인 질병으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조류독감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과학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이 바이러스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다시 말해서 스페인 독감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살리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소 어느 한 구석 깊숙한 곳에 병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는 언제든지 방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실험용으로만 쓰이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생물학 무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아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적진을 교란시키기에 좋은 무기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발견한 바이러스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아주 비슷합니다. 이제 인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자연에서 과연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았으며, 이러한 경우 자연은 아주 무서운 테러리스트입니다.”

미국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인디언 여성 스페인독감 희생자의 폐 조직을 채취한 뒤 여기서 이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 미육군병리학연구소(The Armed Forces Institute of Pathology)의 제프리 토벤버거(Jeffery Taubenberger) 박사가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와의 회견에서 한 말이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팀을 이끈 토벤버거 박사는 연구논문 작성의 수석 책임자(lead author)이다. 그래서 2007년 10월 네이처가 특별 리포트로 다룬 ‘1918년 독감 바이러스 부활(The 1918 flu virus is resurrected)’ 기사보도 이후 중요한 인물이 됐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거의 같아

토벤버거 박사의 유전정보를 전달 받은 뉴욕의 한 의과대학이 이를 토대로 실험실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를 만들어내 미국 국립질병통제센터(CDC)로 보냈다. CDC는 이를 인간의 신장세포에 넣어 87년간 동면 상태에 있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부활시켰다.

이 바이러스는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재생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 받은 생쥐들은 3~6일 만에 모두 죽었다. 주로 동물의 폐에 기생하는 이 바이러스는 생쥐의 폐에서 4일 만에 3만9천 배로 증식하는 엄청난 괴력(?)을 과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 달리 닭의 배아세포도 파괴했다. 최근 조류 독감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류 독감바이러스는 대부분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에서도 조류독감 환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재생된 이 바이러스가 현재 확산중인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입증했다. 조류에 존재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변형돼 인간에 적응하는 바이러스로 진화했다는 거다. 그래서 사람끼리도 전염된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 다시 등장”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서만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고 다른 동물 사이에만 전염되는 바이러스도 진화와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는 놀라운 충격을 준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 고양이나 개에게만 나타나는 질병이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역으로 인간에게만 고유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다른 동물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좀 더 확장하면 조류, 곤충류, 심지어 파충류, 어류의 특정한 생명체에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질병이 언젠가 인간에게도 감염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토벤버거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형질을 변형시키는 것은 인간의 기술로도 가능한 일로 다만 어떤 형질이 인간에게 적용되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파악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아주 유사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스페인 독감을 경험했던 유럽과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스페인 독감으로 당시 미국은 65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가 다시 등장했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김형근 칼럼니스트